환경부가 추진하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 기본계획'(기본계획)의 윤곽이 나왔다. 자원순환 클러스터는 배터리 재활용을 녹색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업계는 클러스터가 연구개발에 무게를 두면서 민간과 차별화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2일 이투데이가 입수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클러스터는 경북 포항 블루밸리국가산단과 영일만 일반산단에 조성된다. 총면적은 309만㎡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클러스터 입지와 타당성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연구용역은 한국생산성본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수행했다.
클러스터는 재활용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사업 지원과 교육 홍보 등의 역할을 한다.
시설은 연구지원단지와 기업집적단지로 구성된다. 연구지원단지는 진흥시설(종합정보지원센터)과 연구시설(자원순환연구센터)로 나뉜다.
진흥시설에서는 클러스터 통합 관리, 성능 평가 인증, 폐배터리 이력 관리, 전시ㆍ홍보 및 거버넌스 운영 등이 이뤄진다. 연구시설에서는 폐수처리공정 등 연구장비가 구축되고 유가금속 분리 실증시험, 안전성 시험이 진행된다.
주요 실증시설로는 배터리 파ㆍ분쇄 및 선별 시스템, 유가금속 회수 설비, 황산염 폐수처리 공정시스템 등 21종이 마련된다.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사업비는 포항시가 부담하는 30억 원을 포함해 총 487억 원이 투입된다. 포항시는 연구지원단지 사업용지 1만7000㎡ 이상을 매입해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클러스터의 비용ㆍ편익 분석(B/C) 결과 경제성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년간 632억 원의 비용 대비 편익은 822억 원으로 나타났다.
정책적으로는 2050 탄소중립과 'K-순환경제' 등 정부 정책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부가가치를 유발하고 지역산업 발전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경제성ㆍ정책성 등 종합평가(AHP) 결과는 0.725로 사업시행 타당성이 있다고 봤다. 예비타당성 수행 총괄지침에 따라 AHP가 0.5 이상이면 사업시행 필요성을 인정받는다.
클러스터는 2021~2023년 인프라와 운영 조직을 구축하는 조성 단계를 거쳐 2024~2025년 재활용 핵심기술 개발ㆍ인증을 추진하는 초기 단계로 진입한다. 이후 2026~2027년 기술개발의 사업화로 본격 상용화에 나서는 성장 단계와 2028~2029년 참여기업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성숙 단계로 접어든다.
업계에서는 사용 후 배터리를 지자체로 반납해야 하는 의무가 폐지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자체 반납 의무 폐지로 사용 후 배터리의 민간거래가 활성화될 환경이 마련된 만큼 국가 주도 클러스터가 연구개발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재홍 한국전기차산업협회 회장은 "지자체 반납 규정 폐지 전에는 클러스터가 검사된 배터리를 수급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기대치가 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배터리 반납 의무가 사라지면서 민간거래에 대한 기대심과 민간에서 준비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누가 더 정확하게 배터리 잔존 성능과 안전성을 진단하고 더 많은 배터리를 저렴하게 수급할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정부 주도) 클러스터가 민간거래보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밀하게 안전성을 검사하고 성능을 검사할 수 있는 연구개발 기능에 무게를 두고 민간과 차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환경부가 포항을 염두에 둘 때 (배터리 재활용의) 핵심 역할을 하는 '키 플레이어'들이 포항으로 갈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환경부 기본계획을 수행할 만한 사업자들이 이 사업에 대해 알고 이 사업에 들어갈 생각이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