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 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인 작년 1분기 말(1611조4000억 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53조6000억 원(9.5%)이나 불었다. 올해 1분기에만 37조6000억 원이 늘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1분기 말 현재 잔액은 1666조 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27일 간담회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되면 부작용이 너무 크고, 그것을 다시 조정하려면 더 큰 대가를 지급해야 하므로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2019년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인하한 이후 2019년 10월 1.25%, 지난해 3월과 5월에 각각 0.75%, 0.50%로 인하한 바 있다. 0.50%의 기준금리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채권 금리 상승으로 가계가 갚아야 할 이자도 늘어 가계의 부담이 커진다.
한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P)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분위별 가계대출(금융부채) 가운데 약 72%를 변동금리 대출로 보고 분석한 결과다.
소득분위별 이자 증액 규모는 △1분위 5000억 원 △2분위 1조1000억 원 △3분위 2조 원 △4분위 3조 원 △5분위 5조2000억 원으로 5분위 고소득층을 빼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만 6조6000억 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같은 방법으로 금리가 0.5%P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5조9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분위별 증가액은 △1분위 2000억 원 △2분위 6000억 원 △3분위 1조 원 △4분위 1조5000억 원 △5분위 2조6000억 원이다. 또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2000억 원이나 커지는 것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