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청산 정책에 집주인들 불만
"주민 동의율 3분의 2 못채울 것"
“빌라고 뭐고 매수 문의가 뚝 끊겼습니다. 현금청산해야 하는데 누가 들어오겠습니까.”(서울 영등포구 신길15구역 인근 A공인 관계자)
올해 서울 내 빌라 거래가 늘고 있지만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 복합사업) 후보지 내 빌라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정부가 도심 복합사업 지역의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2·4 대책 발표일 이후 해당 지역 내 신규 매입 빌라에 대해선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빌라 매수자 유입은 거의 차단됐고 집주인도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로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만 높여 부르고 있다.
도심 복합사업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15구역. 지난 3월 이후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매매시장은 거래 절벽 상태에 빠졌다. 빌라를 사려는 사람도 없도 매물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30일 기준 신길15구역 내 등록된 빌라 매물은 단 3건뿐이었다. 이들 물건은 모두 지난달 말과 이달 6일 등록된 것들로 한 달 가까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집주인 가운데 입주권을 받지 않고 팔고 나가려는 분들은 매매 호가만 높여 부르고 있고 현금청산 위험을 감수하고 사려는 사람들은 호가가 너무 비싸다면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가 끊기다 보니 매매 시세도 하락세다. 신길15구역 내 전용면적 57㎡짜리 A빌라는 지난 3월 5억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인근 신길15구역 내 비슷한 면적의 빌라들은 호가와는 달리 현재 시세가 4억~4억5000만 원에 형성돼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신길15구역 내 빌라 소유자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현금청산 정책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주민은 “민간 재개발이 추진될 줄 알고 낡은 집을 샀는데 현금청산될 줄 알았다면 누가 매입했겠느냐”며 “도심 복합사업의 추진 요건인 주민 동의율 3분의 2를 채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청산 조항 때문에 공공 주도 개발지 내 빌라는 매매 거래가 사실상 끊겼지만 정부와 여당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정은 도심 복합사업 추진을 위해 후속 입법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현금청산 조항 관련 재산권 침해 지적이 이어지면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해당 법안을 검토한 보고서에서 현금청산 조항의 문제와 관련해 “예상치 못한 주거권 박탈로 국민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당정은 현금청산 조항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는 굽히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는 “국토부가 사전에 법안 관련 조언을 받았고 현금청산도 가액을 상정해 조정하면 재산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