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등 빌라 매매값 '고공행진'
공공 정비사업 후보지 거래 끊겨 '찬바람'
서울 빌라 매매시장이 지역별로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거래량에서 강남과 강북권 차이가 뚜렷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거래량은 5489건으로 아파트(3528건)보다 55.6%(1961건) 더 많았다. 지난해 12월만도 해도 빌라 거래량(5451건)은 아파트(7526건)에 훨씬 못 미쳤다.
특히 강남구 빌라 매매가 최근 부쩍 많아졌다. 지난 3월과 4월 거래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82%와 65%씩 늘었다. 이에 비해 서울 전체 빌라 거래량은 35%와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강남지역 빌라시장에 그만큼 매수세가 많이 몰렸다는 뜻이다.
거래가 늘면서 강남권 빌라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이날 기준 강남구 역삼동 ‘우리집1’ 빌라 전용 24㎡형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는 3억3000만~3억5000만 원으로 같은 면적의 3월 실거래가(2억8000만 원)보다 5000만 원 넘게 올랐다.
강남구 신사동 S공인 관계자는 “빌라 매매가격이 올해 초와 비교해서 체감상으로는 20% 이상 뛴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2·4 공급 대책 발표 이후 공공 주도 도심 복합사업지 내 취득 주택은 현금청산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공공 정비사업 주요 후보지로 서울 곳곳이 선정됐지만 강남지역은 예외로 남았다. 땅값이 비싸고 민간 재개발을 선호하는 지역 특성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2·4대책이 발표된 2월 서울 빌라 거래량은 전년 대비 10.5% 줄었다. 하지만 강남지역은 거래량이 오히려 9.35% 늘었다. 공공 도심 복합사업 추진과 현금청산 우려가 없는 강남으로 단기 시세 차익에 향후 민간 재개발까지 노린 수요가 많이 유입된 때문으로 보인다.
공공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강북지역 빌라시장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현금청산 우려에 사는 사람은 물론 파는 사람도 없는 거래 빙하기가 이어지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한 공인중개사는 “빌라를 사면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는데 누가 매입하겠냐”며 “사지도, 팔지도 못해 하는 일 없이 가게만 열어놓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금청산이라는 이슈로 또 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정 지역과 시장을 겨냥한 땜빵식 규제책이 시장 왜곡을 낳는 만큼 정책 시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