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하고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 실현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여야는 정상회담 성과를 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애초 예정된 시간을 넘겨 122분 동안 진행된 이 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은 내용 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간담회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김기현 국민의힘(대표 권한대행)·여영국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평화 협력을 강화하면서 경제와 기술, 백신, 기후변화 등 전 분야에 걸쳐 협력의 폭과 깊이가 크게 확대됐다”면서 “한미동맹이 그야말로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에 대한 미국의 지지 확보에 따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기반 마련 △한미 미사일지침을 종료로 굳건한 한미동맹 확인 및 우주산업 발전 기회 마련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의 정상회담 성과를 분야별로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정상회담 후속 조치 실행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기대하며 회담의 성과를 잘 살려 나갈 수 있도록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과를 이어 나가기 위한 국회 차원의 외교적 노력에 대해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코로나 때문에 연기돼온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코로나상황이 안정화 되면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설치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여야대표를) 만나보니 소통자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여야정 만남을 정례화할 것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또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실현된다면 국민도 정치를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야는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야권은 백신 스와프 불발과 부동산 정책 등에 관해 공세를 퍼부으며 기 싸움을 벌였다. 반면 여권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극찬하면서 후속조치에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대행과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 등 야당 대표들은 백신 협상과 관련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성과가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 대행은 “55만 명 군인에 대한 백신이 확보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한미 백신스와프를 통한 백신 확보가 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북정책과 경제정책 등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김 대표 대행은 “진정성 있는 북한 인권 조치가 꼭 필요하다”, “탈원전 정책도 중단이 필요하다”, “주택문제도 지옥이고, 세금폭탄 문제도 심각하다. 가상화폐 문제도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행은 특히 문 대통령이 자신의 질문과 요구에 대부분 답을 주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대표 대행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상당수 질문도 하고 요구도 했는데, 답변이 별로 없는 사안이 매우 많았다”면서 “아니면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백신스와프가 성사되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메신저 RNA(messenger-RNA) 기술 이전에 대해서는 좀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위탁생산에 대해 “단순한 병입 수준의 생산 협의에 머물렀다는 게 (아쉽다). 우리가 더 노력해서 기술이전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분위기는 달랐다.송 민주당 대표는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선언을 기초로,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것은 커다란 성과”라며 “미국의 모습을 본받아 국회도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