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크루그먼·‘닥터 둠’ 루비니, 강도 높게 비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변동성 너무 커 바닥 가늠하기 어려워
가상화폐 가격 더 떨어질 여지 있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이 바닥을 모를 정도로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버블 붕괴 임계치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개당 6만4000달러를 넘던 비트코인은 최근 일주일 새 30% 이상 떨어져 23일 한때 3만1000달러 선이 위태로운 장면도 연출했다. 1조 달러를 웃돌던 비트코인 시가총액도 반 토막 난 상태다.
올해 들어 유명 투자자들의 지지 발언과 월가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에 힘입어 고공 행진하던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 상황이 완전히 급변하게 됐다. 비트코인 전도사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테슬라 결제 수단에서 비트코인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배신’ 트윗의 충격파가 가시기도 전에 중국의 단속 강화와 미국 재무부의 규제 방침 등이 잇달아 나오면서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버블 붕괴 공포로 변한 것이다.
중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에 급기야 중국계 가상화폐 거래소 후오비는 23일 “특정 국가(사실상 중국)에서 선물 거래와 채굴 등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채굴 서비스 제공 업체인 BTC.TOP도 중국 사업 중단을 발표했으며 해쉬카우는 새 비트코인 채굴 장비 구매를 멈추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간 낙관론에 가려져 있던 비관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21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비트코인이 나온 지 12년이 지났지만, 정상적인 화폐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틈만 나면 비트코인 폭락을 예언했던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비판’은 더 독해졌다.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한 달도 안 돼 고점 대비 40% 이상 떨어졌다”며 “이렇게 위험하고 변동성 큰 가짜 자산에 도박하는 무모한 기관투자가가 있다면 즉시 해고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도 반박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비트코인은 전체 개수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변동성이 너무 높아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물론 가상화폐에 대한 낙관론도 여전히 견고하다.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50만 달러(현재 가격의 약 15배)까지 갈 것으로 여전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트코인을 포함해 가상화폐 자체가 워낙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 때문에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주요 가상화폐 10개 가격 추이를 종합한 ‘MVIS크립토컴페어디지털자산10지수’는 2018년 1월 고점을 찍고 나서 9월까지 80% 하락해 닷컴버블 붕괴 당시 나스닥지수 하락폭인 78%를 넘었다. 이 지수를 근거로 판단하면 올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은 여전히 2018년 고점 대비 약 50% 오른 상태다. 그만큼 가격이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