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상장사 절반이 전망치보다 적은 매출 올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스타트업들이 스팩을 퇴짜 놓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장 우회 통로로 스팩을 선호하던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스팩은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백지수표 회사’ 혹은 ‘페이퍼 컴퍼니’라고 불린다. 까다로운 상장 절차 없이 빠르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증시가 활황세를 구가하면서 스팩 붐도 절정에 달했다. 올해 1분기 미국 내 스팩을 통한 합병은 총 1720억 달러(약 193조7000억 원) 규모로, 전체 인수·합병(M&A)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땐 무려 3000%나 폭증한 수치다.
스팩 열풍에 힘입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M&A 시장도 풍년을 이뤘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레피니티브 분석 결과 올해 1분기 미국에서 6541억 달러 규모의 M&A가 진행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0% 급증한 것으로, 글로벌 M&A 시장의 강력한 회복세에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1분기 글로벌 M&A 규모는 1조3000억 달러로 1분기 기준 1980년 이후 41년 만에 최대 규모이자, 2000년 닷컴버블 당시를 뛰어넘었다.
이런 스팩 열기가 빠르게 식은 이유는 최근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에 투자자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어서다.
플로리다대 IPO주식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술 분야 스타트업 44개사의 주가는 지난 17일 종가 기준으로 상장 이후 평균 12.6% 하락했다.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곳도 절반이 넘는다. 같은 기간 정식 상장한 기업 77곳의 평균 주가 하락율 10.7%보다 크다.
매출도 부진했다. 실리콘밸리뱅크(SVB) 조사 결과 지난해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업 가운데 50%가 전망치보다 낮은 매출을 올렸다. 42%는 IPO 이후 첫해 매출이 감소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달 스팩 검증 강화 방침을 밝히고 스팩 상장 기업들의 법적 소송이 급증한 것도 부정적인 여론을 키웠다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