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스팩 작년 2배에도 여전히 미국에 밀려
투자자 우선하는 보호 규제가 발목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관련 규제 검토 나서
5일 닛케이아시아는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를 인용해 올해 첫 10주간 전 세계 스팩을 통한 기업공개(IPO) 규모가 767억 달러(약 86조 원)로 지난해 전체 규모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보다 불과 25억 달러 적은 수준이었다. 아시아에 초점을 맞춘 스팩 6곳의 IPO 규모는 27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 전체 금액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시장에서는 몇몇 아시아 스타트업을 잠재적인 스팩 대상으로 눈여겨보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공유업체인 싱가포르의 그랩과 라이벌인 인도네시아 고젝, 전자상거래 업체 토코피디아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을 붙잡아 스팩 열풍에 동참하기 위해 아시아 증권거래소들도 관련 규제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지난주 스팩에 대한 새 규제 프레임워크 피드백을 거래소 산하 규제 당국(RegCo)에 요청했고, 이에 당국은 거래소에 시가총액 최소 3억 달러와 합병 기한 3년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거래소는 기준 검토를 거쳐 스팩 제도를 올해 중반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홍콩도 연내 스팩 허용을 목표로 규정을 검토 중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거래소가 향후 몇 달 안에 독자적인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본 역시 지난달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스팩을 허용할지 검토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상태다.
다만 여전히 미국에 비해 아시아 스팩 시장은 황무지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번거로운 상장 요구 사항과 상장 위원회의 오랜 심사 과정, 우회 상장에 대한 단속 등을 장애물로 꼽는다.
모리슨앤드포스터의 마르시아 엘리스 파트너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미국과 달리 주주 보호에 초점을 맞춰 스팩 후보들이 상장에 적합한지를 두고 질적 검토를 한다”며 “보호 정책이 너무 많이 마련되면 기존 IPO에 비해 진입 장점이 줄어들고, 투자자와 스팩 후보들의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펌 호건라벨스의 스테파니 탕 중국 사모펀드 부문 대표는 “아시아에서 투자자들이 상품을 이해하고 규제 당국이 스팩 투자자를 위한 보호 장치를 개선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련의 이유로 투자자들은 뉴욕 상장을 선호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1월과 3월 나스닥에 3개 스팩을 상장했다. 현재까지 11억5000만 달러를 조달했으며, 인수 대상으로 IT 업종을 살피고 있다. 싱가포르 비스타스미디어어퀴지션컴퍼니(VMAC)는 지난달 중동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앙가미와 나스닥에 스팩 상장해 2억2000만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닛케이아시아는 “현금이 넘쳐나면서 아시아 투자자들은 싱가포르와 홍콩을 기다리지 않고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에 나스닥이 막대한 자본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