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쿠팡 이어 또 대박
SK·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도 그랩에 베팅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그랩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투자회사 알티미터캐피탈이 세운 스팩 ‘알티미터그로스’와의 합병을 통해 연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회사 가치는 396억 달러(약 45조 원)로 스팩 합병 사상 최대 기업가치다. 특히 2019년 10월 펀딩 라운드 당시 그랩의 기업 가치가 150억 달러로 평가됐던 것을 감안하면 1년 6개월 사이에서 회사 가치가 2.6배 뛴 셈이다. 스팩 합병을 통한 증시 상장은 기업공개(IPO) 절차보다는 빠르지만, 그랩이 주주총회 결의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고 실제 상장에 이르기까지는 몇 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랩은 이번 스팩 합병 상장 과정에서 상장지분 사모투자(PIPE)를 통해 최대 45억 달러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PIPE는 기업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일종의 사모투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티로우프라이스, 모건스탠리의 자산운용사 카운터포인트 글로벌펀드,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다발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이 출자한다.
그랩의 나스닥 상장으로 이 회사에 투자한 기업들도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됐다. 대표적인 기업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다. 소프트뱅크는 2014년 12월 그랩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과 2019년에도 추가로 투자를 진행해 이 회사에 총 27억 달러를 투입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에 이어 그랩으로 또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우버와 디디추싱 등 각각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차량공유업체들이 그랩에 투자했다. 다수의 한국기업도 그랩 투자자 명단에 있다. 2018년 SK㈜를 비롯해 현대자동차·네이버·미래에셋그룹 등이 투자에 나섰다. 당시 2억3000만 달러를 투자한 SK㈜는 그랩이 상장되면 지분 가치가 5억4000만 달러로 약 2.4배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회사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2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랩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해 2023년까지 회사 매출을 45억 달러로 끌어올리고,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이전 기업이익(EBITDA) 기준으로 흑자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그랩의 스팩 상장은 시장 열기를 다시 뜨겁게 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팩리서치에 따르면 올해에만 총 306개의 스팩이 미국에서 990억 달러 자금을 조달했지만,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스팩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면서 최근 몇 주간 스팩 시장 열기가 식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스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여전하다. 볼보(Volvo)의 모회사인 중국 지리자동차는 스웨덴 전기차 업체 폴스타를 400억 달러 규모로 스팩 상장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는 이와 별도로 3억 달러 규모 스팩을 직접 설립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