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사재기…주택공급 불안 우려”
철근 품귀현상은 세계 경기 회복으로 각국이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원자재 수요가 많아진 것에 기인한다. 중국 정부는 내수 확보를 위해 이달부터 철강재 수출에 대한 부가가치세(증치세) 환급을 폐지했다.
국내에서 연초 톤당 70만 원(SD400·10㎜ 기준)이던 철근 가격은 이달 21일 106만 원까지 치솟으며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철근 가격이 톤당 100만 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6월(톤당 109만 원) 이후 13년 만이다.
다른 건설자재 가격도 심상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4개월 단가 변동률을 보면 제재목 43%, 시멘트 16%, 알루미늄 25% 등 가격이 크게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 건설현장에서는 철근 가격 급등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3∼4월 철근·형강, 레미콘, PHC(고강도 콘크리트)파일 등 주요 건설자재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총 59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철강재 부족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된 사례는 43곳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조달청마저 철근을 구하지 못해 관급자재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청주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원구 일원에 청주시 가족센터 건립 공사를 벌이고 있으나 이형 철근 공급 지연으로 이달 말까지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 공정상 필요한 철근을 확보하기 위해 제강업계 담당자와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수급 불안으로 중소 건설사는 더욱 어려운 나날을 맞고 있다. 철강업체에서 직접 철근을 공급받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중소 건설사는 시중에서 유통업체를 통해 철근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 건설사 대표는 “톤당 100만 원을 줘도 철근을 구하기가 힘들다”며 “이미 계약된 공사비보다 원가가 크게 올라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현장은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건설현장이 본격적으로 멈춰서는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금과 같이 철근 품귀현상이 1~2주 이상 이어지면 상당수 공사장이 작업을 중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철근 품귀현상은 국제 시세 급등보다 유통업체들의 매점매석이 큰 원인”이라면서 “건설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면 공사중단이 불가피해 결국 주택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