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전문가인 김아영 작가는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중앙에 카펫을 깔았다. 일반적인 카펫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베니스 현지에 있는 갈대 빗자루를 이용해 만든 '미래'다. 관람객들은 여기에 누워 다양한 상상을 펼칠 수 있다.
2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에서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해를 건너뛰고 개최된다. 물리적 한계를 넘은 협업으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설치를 지속하는 게 중요했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전시 큐레이터로 나선 신혜원 감독은 참가자와 관객이 함께 더 나은 미래에 대해 탐색하며 서로의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교류하자는 취지로 '미래학교'라는 개념을 내놨다.
신 감독은 "미래학교는 인류의 긴급한 과제인 '이주, 디아스포라의 확산, 기후변화의 충격, 사회적·기술적 변화의 속도' 등 현재와 미래의 과제에 맞서 새로운 다중적 연대를 구축하는 데 있다"며 "미래학교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디지털 캠퍼스에서 기존의 배움을 내려놓고 새로운 과정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워크숍, 설치, 대화 프로그램 등의 형태로 50여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00여 명의 작가는 미래학교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참여 과정을 기록하고 송출하게 된다.
공간 디렉터터인 송률과 크리스티안 슈바이처는 프란츠 카프카의 아포리즘 '너 자신이 숙제이다. 그 어디에도 학생은 없다'를 통해 자신들이 설계한 한국관의 미래학교 공간 디자인의 전개와 건축 디자인의 찬반을 표현한다.
송률은 "미래학교는 함께 모여 사색하고 먹고 사는 공간"이라며 "단순히 학교를 위한 공간디자인이 아닌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액티비티를 디자인하는 사회 공간을 구상했다. 한국관은 미래학교를 위한 선언이자 고찰"이라고 했다.
미래학교 부엌에서는 도예가 정미선이 디자인한 제주 옹기에 담은 차와 음료로 방문객과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한다. 그래픽 디자이너 크리스 로가 디자인한 '프로세스 월'은 '미래학교 약속문'과 참가자들의 전시, 워크숍 결과물이 A4용지로 프린트돼 프로젝트 과정을 방문객과 공유한다.
이소진 아뜰리에 리옹 서울 대표도 참여했다. 이 대표는 2013년부터 해온 작업물 4개를 한국관에 가져왔다. 이 대표는 "14년간 50개가 넘는 생활 밀착형 소규모 건축물 제작해 왔는데, 그중 상당수가 공원 내 시설물이었다"며 "소규모 공공 건축물은 지역주민의 자긍심이 된다. 우리 삶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멈출 줄 알아야 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관 옥상은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방문객에게 개방된다. 신 감독이 발의한 '큐레이터 연합' 활동의 일환이다. 지난해 5월 23일부터 시작된 '큐레이터 연합'을 통해 전 세계 큐레이터들은 서로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인다.
신혜원 큐레이터는 "코로나19로 중단된 1년간 전 세계 큐레이터들과 좋은 생각을 나눴고, 연대를 만들어갔다"며 "언제든 만나려는 시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디지털 환경인 가상 캠퍼스 '미래학교 온라인'을 신설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미래학교 온라인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미래학교 캠퍼스들과 연결되어 서로의 콘텐츠와 문맥을 공유하고 연결 관계를 생성하며 아카이브 된다.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는 국제건축전 한국관 '미래학교'는 21일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필룩스 오프닝을 시작으로, 22일부터 11월 21일까지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서 진행된다.
개막식은 이날치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안무가 안은미의 오프닝 퍼포먼스와 미래학교 사운드의 장영규가 참여해 다채로운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오프닝은 미래학교 온라인 및 유튜브 한국관 미래학교 공식 채널에서 온라인 생중계된다.
신 감독은 "환경이나 디아스포라 같은 주제를 다루기 위해 경계선 안에서의 활동이 아닌 폭넓게 여러분이 함께 대화하고 더 좋은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발명을 해야 했다"며 "코로나19로 한계에 직면했지만, 현지에서 베니스팀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계가 더 진보할 수 있는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