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20조 원 증설 투자지가 텍사스 오스틴으로 최종 결정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은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3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4년 가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해당 파운드리 공장엔 5나노미터(nm, 1nm는 10억 분의 1m) 첨단 공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첨단 공정의 핵심 기술로 불리는 극자외선(EUV) 설비도 이용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텍사스 오스틴, 애리조나, 뉴욕 등을 증설 후보지로 두고 저울질해왔다.
오스틴의 경우 2018년부터 증설을 대비해 100만 평이 넘는 신축 시설용 용지를 확보한 데다, 기존 공장이 가진 원자재와 부품 수급 체계를 활용하기도 유리한 곳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 공장에 14nm급 시스템 반도체 생산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20조 원 증설 투자가 확정된다면, 삼성전자가 해외 반도체 공장에 투자한 단일 규모로는 최대다. 삼성전자는 2012년 중국 시안 1공장에 12조 원, 2017년 시안 2공장에 8조 원가량을 투자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바이 아메리칸’ 기조와 맥락을 같이 한다. 기존 통상 정책에서 자국산 인증의 기준은 ‘자국산 구성품 비중’에 그쳤지만, 이젠 ‘미국 내 생산’이나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기여 경제활동을 통한 부가가치’ 등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수 분기에 걸쳐 이어진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계기로, 주요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투자 압박은 점점 더 거세지는 형국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 상황과 세제 혜택 협상 등의 문제로 증설 확정을 미뤄왔지만, 투자를 더는 지연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본다. 정상회담 전후로 투자 일정이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외신 보도가 나온 당일 오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연 반도체 칩 품귀 사태 화상회의에 한국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 주재 반도체 회의에 참석한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달 미국 백악관 주재의 반도체 화상 회의가 끝나고 난 이후 인텔·TSMC 등 삼성전자의 주요 적수들은 현지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건설 예정이었던 첨단 반도체 공장 개수를 1곳에서 6곳까지 늘렸다. 애초 자국 내 구축할 예정이었던 3㎚ 이하 최첨단 공정을 포함한 계획이다. 인텔은 '앓던 이'였던 차량용 반도체 제조 계획과 파운드리 사업 재개 의사를 동시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