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년, 백신의 등장과 함께 드디어 일부에서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정도로 집단면역에 자신감이 생겼다. 1년 전의 충격적인 장면은 역사책의 한 장면처럼 아득해졌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완전 집단면역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약 50%. 미국 공무원들은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코로나19 해방’을 선포하려는 조 바이든 정권의 목표 달성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뉴욕에서는 지하철역에서 출퇴근 길에 백신을 맞으면 7일짜리 ‘메트로 카드’를 공짜로 나눠준다. 덕분에 24시간 운행하느라 청소 한 번 제대로 한 적 없는 세계 최악 수준인 뉴욕 지하철은 모처럼 수시 방역의 호사를 누리게 됐고, 지하철 노숙자들은 그 전보다 청결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100달러짜리 복권을 무료로 주고, 수시로 도는 백신버스는 접종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멈춰선다. 병원, 약국은 물론, 종교시설과 헬스장, 놀이공원, 쇼핑몰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백신 접종 거점이 된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률이 크게 뛰지 않는다. 바로 언어의 장벽과 종교적 신념 때문이다. 백신 접종을 가로막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도사리고 있던 것이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은 샐러드 볼처럼 다양한 민족이 뒤섞여 살고 있다. 사용하는 언어도 영어 외에 크리올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등 다양하다.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하는 문맹자와 컴퓨터와 인터넷을 다루지 못하는 디지털 문맹자도 상당수다.
이에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백신 접종을 주저하거나 백신이 도달하기 어려운 지역사회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선거 때 쓰는 전략까지 도입했다. 문자 메시지 전송은 기본에다 공무원들이 가가호호 돌며 백신 접종 관련 전단지를 배포하는 생활밀착형 방식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진짜 고민거리는 종교적 신념이다. 특히 돼지고기 섭취를 금기시하는 무슬림 공동체.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몸에 들어가는 모든 것에 대해 할랄 인증을 필요로 한다. 코로나19 백신 자체에는 돼지 성분이 없다는데 백신 유통 과정에 돼지에서 추출한 젤라틴이 쓰인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이에 공무원들은 무슬림들에게 백신 접종을 설득하느라 모스크에서 함께 예배를 하고, 음식을 나눠 먹기까지 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워프 스피드’ 작전 덕분에 전 세계의 코로나19 백신을 일찌감치 싹쓸이하고도 낮은 접종률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미국의 사정은 곧 우리나라가 마주하게 될 일이다.
땅덩이는 미국의 100분의 1에 인구 규모로 보나 사용 언어 수로 보나 이슈면에서는 미국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우리나라 역시 더는 단일 민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슬림 인구만 보더라도, 전 세계 약 17억 명 가운데 한국에 14만 명가량이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0.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이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면?
올해 초 600명 가까운 코로나19 감염자를 낸 경북 상주의 한 종교단체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된다’는 황당한 음모설을 공유하며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을 확산시켰다. 이처럼 특정 종교집단 신자들이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면?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15일까지 7.3%(370만 명)로 집계됐다. 10%도 안 된다. 2차 접종까지 마친 비율은 1.8%(90만 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1300만 명, 추석이 낀 9월까지는 3600만 명에 1차 접종을 끝낸다는 입장이다.
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 쳐도 다양한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주저하는 이, 떳떳하게 양지로 나와 백신 맞을 처지가 못 되는 이들은 어떻게 설득할지. 코로나 이전으로의 복귀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sue6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