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다. 5월에 접어들며 반도체 수급 불안이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7~18일 울산 5공장 52라인을 휴업한다. 울산 5공장 52라인은 SUV 투싼과 수소 전기차 넥쏘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번 휴업은 에어백컨트롤유닛(ACU) 부족 때문으로 알려졌다.
울산 3공장도 ACU 부족으로 18일 휴업에 돌입한다. 울산 3공장은 세단 아반떼와 소형 SUV 베뉴를 생산한다.
기아는 17~18일 소하 2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소하 2공장은 수출형 소형 SUV 스토닉과 프라이드를 생산한다.
올해 초부터 지속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은 2분기에 접어들며 심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재고 확보에 나섰지만, 타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12~13일, 19~20일에도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멈춰 세웠고, 7~14일에는 아이오닉5와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도 휴업했다. 이달에도 6~7일 포터 생산을 중단했다.
기아도 부품 수급 문제로 올해 들어서만 1만50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에 양사는 일부 사양을 덜어내 차량 출고를 앞당기거나 가격을 낮춰주는 고육책까지 펴고 있다.
양사는 호실적을 거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에도 반도체 부족 사태의 심화를 예상했다.
현대차 측은 “자동차 수요의 빠른 회복에 따라 반도체가 조기에 소진되고 있고, 외부 요인으로 인해 수급의 어려움은 예상했던 것보다 장기화하는 양상”이라며 “이후의 생산 상황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5월에도 4월과 비슷한 수준이나 그 이상의 생산 조정 가능성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기아 관계자도 "반도체 공급 이슈의 가장 어려운 시점은 5월이 될 것 같다"라며 "4월까지는 기존에 쌓아둔 재고로 대응했으나 이제는 바닥을 보이는 상황이며 누구도 어느 정도 물량이 부족하다고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날 중ㆍ장기적으로 미래차 핵심 반도체 공급망의 내재화를 추진하고,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차량용 반도체 수요ㆍ공급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지만, 당장의 수급난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내년 이후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어 당분간 완성차 업계 전반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