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재개된 공매도,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입력 2021-05-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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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자본시장부 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시가 폭락장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14개월간 이어진 금지 조치는 국내 증시 사상 가장 오랜 기간이다. 그 사이 공매도 금지 조치는 2번 연장됐다. 이 같은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내 증시는 글로벌 증시 중 가장 빠르고 가파르게 제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정부는 개인 투자자들의 바람과 달리 공매도 금지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았다.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개인들이 실시간으로 대주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 조성자 제도의 개선 등도 병행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왜일까? 숫자만 봐도 지난 1주일 개인의 공매도 비중은 제도 개선 전과 크게 차이가 없다.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공매도 1주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지난 한 주간 일평균 공매도 대금은 7386억 원으로 전체 공매도 비중의 87.7%를 차지했다. 기관이 10.4%의 비율을 차지했고, 개인의 거래대금은 전체 거래대금의 1.8% 수준에 그쳤다. 개인의 경우 그나마 공매도 재개 직전 주간보다 늘어난 것이 이 정도다. 이는 공매도 거래가 개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세세한 부분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공매도의 문턱은 조금 낮아졌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대차 종목 수, 주식 대주 기간, 수수료 등에서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공매도 대주 담보비율은 기관·외국인은 105%지만 개인은 140%에 달한다. 만약 삼성전자 주식을 100만 원어치 빌릴 경우 기관이나 외국인은 105만 원에 해당하는 현금이나 주식을 담보로 맡기면 되지만, 개인투자자는 140만 원 규모의 현금이나 주식을 맡겨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은 60일 안에 갚아야 하지만,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상환 요구 시 언제든’이다. 돌려 말하면 무기한 연장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관과 외국인은 특정 주식에 대해 공매도 후 주식 가격이 올라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주식 가격이 폭락할 때까지 갚지 않고 무한정 기다릴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기관의 경우 언제라도 대여자의 중도상환 요구에 응해야 하지만 개인은 60일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개인에게 오히려 유리한 제도”라고도 항변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투자자는 없다는 것이 문제다.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다. ‘결과의 평등’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달라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앞세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과 맞서기 힘든 상황에서 이 같은 불평등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으로 세계 어느 증시보다 높다.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국내 증시를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개인 투자자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은 개인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처로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 수밖에 없다.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공매도의 길을 열어줬다고 자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내 증시가 한 걸음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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