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으로 4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증가폭도 올해 최대치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달러화 약세와 운용수익 증가가 주된 요인이라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강세 달러화약세)함에 따라 매수개입을 통한 미세조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액 규모는 한달만에 한단계 떨어진 9위를 기록했다. 최근 원유산업 호조에 사우디의 외환보유액 증가가 컸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와 운용수익 증가 때문이라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다만, 환시개입 영향도 있어 보인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대상 달러화지수(DXY)인 달러인덱스는 4월말기준 91.28을 기록해 전월말(93.23)대비 2.1% 급락했다. 한국시간 기준으로는 90.61로 전월말(93.30)보다 2.9%나 떨어져 하락폭이 더 컸다. 통상, 달러화지수가 1% 변동할 경우 외환보유액은 20억달러를 전후로 변동해왔었다.
원·달러 환율도 급락했다. 4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월대비 11.62원(1.0%) 급락한 1119.4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1.63원(1.9%)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말일자 기준으로도 19.5원(1.7%) 떨어진 1112.3원을 보였다. 4월29일 장중엔 1105.7원까지 하락해 2월22일(1103.4원) 이후 2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었다.
같은 기간 유로화는 3.4%, 호주달러화는 2.3%, 파운드화는 1.5%, 엔화는 1.3% 절상됐다.
신준영 한은 외환회계팀장은 “미 달러화 약세와 이에 따른 기타통화 환산액 증가, 운용수익 증가에 기인한다”면서도 “시장개입과 관련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예년과 달리) 달러인덱스와 외환보유액간 상관계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기타통화자산도 여러 통화로 구성돼 있는데다, 운용수익, 은행 지준예치금, 시장개입 등 변동요인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부문별로 보면 국채나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 등에 투자하는 유가증권은 61억2000만달러 증가한 4120억7000만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4100억달러대를 돌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이 출자금 납입 등으로 보유하는 IMF에 대한 교환성통화 인출권리인 IMF포지션은 1억달러 늘어난 46억9000만달러를 보였다. IMF 특별인출권(SDR)도 2000만달러 확대된 35억3000달러를 나타냈다.
반면, 해외 중앙은행이나 주요 글로벌은행에 보관해 둔 현금성 예치금은 5000만달러 감소한 272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금은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104.4톤)를 유지했다.
한편, 3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4461억달러)는 세계 9위로 한단계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2년만에 8위를 탈환했었다.
1위는 3조1700억달러를 보인 중국이 차지했다. 이어 일본(1조3685억달러), 스위스(1조520억달러), 인도(5770억달러) 순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4489억달러)는 우리보다 한 단계 위인 8위를 기록했고, 싱가포르(3820억달러)는 우리보다 한 단계 아래인 10위를 차지했다.
신 팀장은 “8위도 근소한 차이였다. 지난달엔 사우디가 늘어난 반면 우리는 감소해 순위가 다시 바뀌었다”며 “사우디는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원유산업이 좋아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