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21세기 최악의 인재로 꼽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무수히 많은 사람의 생활기반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주인 떠난 집은 허물어졌고, 주변은 인적이 끊겨 텅 빈 마을이 되어 버렸습니다. 10년이란 세월은 흘렀지만, 당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주민이 있는가 하면, 방사능에 서서히 피폭되어가며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이들도 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안전성 확보의 중요성을 뒤늦게 실감했습니다. 원자력 생산과 이용에 따른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 안전과 환경보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2011년 10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밀집된 지역에 다수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국내 원전 특성상 후쿠시마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국내 피해배상액 규모는 1667조 원에 이르고, 사고 수습에는 수십 년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더구나 원전 인근 주민이 입을 피해 규모는 차마 헤아릴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원전 피해배상 한도는 최대 5000억 원에 불과합니다. 경각심 차원에서라도 원전 피해배상 한도를 늘려야 할 것입니다.
저는 원자력 사고 발생 시 사업자인 한수원의 배상책임한도를 현행 5000억 원에서 1조5000억 원으로 3배 상향하여 시설을 책임 있게 관리하도록 하는 ‘원자력 손해배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지난 3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지난 2012년 11월 관련 법안을 처음 발의한 이후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원자력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우리 국민의 열망이 만들어 준 결실입니다.
한편, 원자력발전소 가동과정에서 안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고, 그 여파로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주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2013년부터 2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 ‘원전 방사성물질과 암 발병은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원전 암 발병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던 그간의 결론이 정반대로 뒤집혔습니다. 원전 인근 주민의 방사선 건강영향조사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은 국민 복리뿐만 아니라 안전환경을 구축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에, 저는 올해 1월 원전 종사자뿐만 아니라 그 인근 주민도 방사선 건강영향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이 땅에 원전이 가동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인근 주민들에 대한 방사선 건강영향평가가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단지 재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를 ‘안전하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옛말에 만전지계(萬全之計)라는 말이 있듯이, 숨은 사고위협을 예측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수립되어 있어야만 우리는 진정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전과 원전 주민에 대한 안전평가를 중단 없이 추진하여, 숨은 위협을 예측해 내야 할 것입니다.
원전 안전은 이념, 진영, 국가를 뛰어넘는 국민 생명의 문제입니다. 만전지계 정신으로 국민 생명을 지키는 원자력 안전사회를 위해 모두가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 저 또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서 원전 안전 문제는 절대 타협하지 않고, 최선의 자세로 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