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국민의 건강한 삶과 일·생활의 균형을 이루려는 조치였다. 대한민국 노동법 역사에 또 하나의 굵직한 획이 그어진 것이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부터 시작해 현재 50명 이상까지 적용되고 있다. 올해 7월이면 5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과연 무엇이 어떻게 변했을까. 우선 연간 노동시간이 2017년 1996시간에서 2020년 1927시간으로 줄고, 53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 비율도 같은 기간 19.9%에서 12.4%로 줄었다. 근로 여건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통계청 조사에서 2017년 대비 2019년 ‘전반적인 만족도’가 4.6%포인트(P)(27.7%→32.3%) 높아졌고, 특히 ‘근로시간 만족도’가 크게 증가(6.5%P)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중 “저녁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2017년 50.6%에서 2020년 1월 65.5%로 증가하거나(2020년 1월, 사람인), 직장인 60%가 2019년 한 해 여가에서 변화를 체감했으며, 변화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주 52시간제를 언급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현장의 노사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50~299명 기업의 경우 2019년 11월에는 주 52시간제를 준비 중이거나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답이 42.3%였으나, 작년 9월에는 19.0%로 감소했다.
올해 1월부터 주 52시간제 준수가 가능하다는 기업은 91.1%였다. 5~49명 기업의 경우 작년 12월 조사에서 90.2% 기업이 올해 7월부터 법 준수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일부 기업에선 주 52시간에 맞추기 어렵다고 했고 일부 근로자는 임금 감소를 걱정했다. 정부는 제도 안착을 위해 근로감독관과 공인노무사로 지원단을 꾸려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인력 알선이나 인건비 지원도 추진했다. 제도 보완도 병행했다.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탄력근로제 기간을 최장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늘리고, 연구·개발 분야 선택근로제 정산기간도 1개월에서 3개월까지 늘렸다. 이 과정에서 노사의 입장을 조율해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임금 감소가 없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탄력이나 선택근로제는 평균적으로 법정 시간을 유지하면서 업무량 편차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일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하는 제도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연간 노동시간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멕시코, 칠레 다음으로 길다. 2019년 우리나라는 1957시간인데, OECD 평균은 1626시간이다. 같은 해 OECD에서 조사한 40개국의 워라벨 수준에서 우리나라는 하위 5개국에 포함됐었다. 세계 10위권인 경제 규모나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노동’을 통해 물질적 기반을 확보하고 자아도 실현하지만, 다른 한편 여가를 통한 삶의 질 향상도 염원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등 새로운 근무 형태가 본격 시험대에 오르고, 일부 선진국이나 글로벌 기업에서는 주 4일제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밤늦게 땀 흘려 일하는 것이 미덕으로 그려지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주 52시간제가 하루빨리 현장에 안착해서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고, 국민의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밀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