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일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시 재정의 경기대응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허진욱 연구위원)’ 보고서에서 “경기 수축기에 확정적으로 운용됐던 재정을 경기 회복기에는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KDI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한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대해 “거시경제 충격을 완화하고 성장률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KDI 자체 분석 결과 지난해 1~4차 추가경정예산안과 올해 1차 추경은 경제성장률을 각각 0.5%포인트(P), 0.2%P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추가적인 재정지출 1원당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는 0.2~0.3원으로 비교적 작았는데, 이는 추경의 목표가 성장률 제고보단 민생 안정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KDI는 성명했다.
실제 재정수지와 경기중립적 재정수지 간 차이인 재정기조지표(FIS)를 추정해 분석한 결과, 한국의 2020~2021년 재정기조는 금융위기 때(2009년)보다 확장적이었다. 다만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재정대응의 상대적 크기는 작았다. KDI는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과거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이루어짐으로써 경제 위축을 일부 완화했다”며 “경제 충격의 크기를 고려하면 단기에서의 재정대응의 규모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다. 각국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일본과 독일, 호주 등 주요국에선 내년부터 재정기조지표가 점진적으로 낮아지면서 재정적자(통합재정수지 기준)도 줄어든다. 반면, 한국은 2024년까지도 지난해와 유사한 재정기조지표와 재정적자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KDI는 “중기 재정계획에서는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재정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계획됐다”며 “경기 전망이 재정계획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위기에서 확장재정은 합리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으나, 경기 회복기에 재정기조의 정상화가 지체되면 대규모 재정적자가 지속하고 국가채무 누증이 심화해 향후 긴급한 재정수요가 발생했을 때 대응 여력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시기에 재정지출을 정상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고령화 등으로 재정지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수입을 확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진욱 연구위원은 “경기 위축 시기에 많은 재정적자를 감수한 만큼 향후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시기에서는 이를 정상화해 경기 안정화와 재정의 지속가능성 간 균형을 유지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