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유전 혹은 면역력 ③

입력 2021-04-28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피부염 환자들이 병원엘 오면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원인이 뭐냐는 거다. 처음에는 “음식이나 약물, 환경, 날씨, 스트레스 등등 여러 원인에 의해 생기는 겁니다”라고 대답한다. 비슷한 질문을 계속 받으면 “원인은 잘 모릅니다”라 하고, 그 다음에는 “알레르기 체질이라서 그렇습니다”, 끝에 가서는 “팔자소관입니다”라고 답하기도 한다.

피부과 특성상 많은 환자가 알레르기라는 진단 범주에 속하기에 계속 똑같은 질문을 하는 환자들에게 의사도 같은 대답을 반복하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설명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답이 사무적이 되고, 더 시간이 지나면 약간 짜증이 섞일 수도 있다.

의과대학 시절, 질병에 대해 공부할 때 우선 질병의 원인이 주-욱 나열되는데 ‘x x x x, family history, idiopathic’ 이런 식이다. 끝에 ‘family history, idiopathic’가 항상 붙어 있었다. 학생 때는 그런가 보다 했다. 의사가 되고 오래 진료를 하다 보니 ‘family history, idiopathic’이 끝이 아니라 처음에 나와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맨 먼저 언급해야 할 중요한 원인이므로. ‘family history’는 유전이나 가족력이고, ‘idiopathic’은 불명확하다, 잘 모르겠다는 뜻으로 면역력과 관계 있다.

이를 뭉뚱그려 표현하면 체질이고, 더 알기 쉽게 말하면 팔자소관이 아닐까 싶다. 종교적으로는 신의 뜻이거나 업(業)일 테고. 담배를 안 피웠는데 폐암에 걸리는 경우도 꽤나 많고, 친구 아버님은 60년 이상 담배를 피웠어도 멀쩡하시다. 워낙 생생해 제일 오래 살 거라는 말을 듣던 고향친구는 파킨슨병에 걸려 환갑 전에 사망했다. 이를 의학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난감하다. 그럼 이제 어찌해야 하나. 병에 걸릴지 아닐지 모르니 대충, 아무렇게나 살아야 하나. 그건 아니다. 아프지 않은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착하고 겸손하게 살 일이다. 그러다 병에 걸리더라도 왜 하필 나냐고 화를 내거나 부정하지 말고 순순히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필요한 말이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어떤 주담대 상품 금리가 가장 낮을까? ‘금융상품 한눈에’로 손쉽게 확인하자 [경제한줌]
  • 2025 수능 시험장 입실 전 체크리스트 [그래픽 스토리]
  • "최강야구 그 노래가 애니 OST?"…'어메이징 디지털 서커스'를 아시나요? [이슈크래커]
  • 삼성전자, 4년 5개월 만 최저가...‘5만 전자’ 위태
  • 고려아연, 유상증자 자진 철회…"신뢰 회복 위한 최선의 방안"
  • 재건축 추진만 28년째… 은마는 언제 달릴 수 있나
  • 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생중계 불허…“관련 법익 종합적 고려”
  • ‘음주 뺑소니’ 김호중 1심 징역 2년 6개월…“죄질 불량·무책임”
  • 오늘의 상승종목

  • 11.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0,015,000
    • +5.63%
    • 이더리움
    • 4,658,000
    • +0.43%
    • 비트코인 캐시
    • 617,000
    • +1.15%
    • 리플
    • 997
    • +3.53%
    • 솔라나
    • 303,900
    • +1.57%
    • 에이다
    • 835
    • +2.96%
    • 이오스
    • 790
    • +0.89%
    • 트론
    • 255
    • -0.39%
    • 스텔라루멘
    • 185
    • +6.94%
    • 비트코인에스브이
    • 83,300
    • +1.65%
    • 체인링크
    • 19,940
    • +0.71%
    • 샌드박스
    • 419
    • +2.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