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한은 “가상화폐, 정부 개입할 시장 아냐”= 27일 정치권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정치권이 거래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재추진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이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정식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의 공세가 부담이다. 최근 불어닥친 가상화폐 광풍에 규제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당을 중심으로 법안이 발의되면서 가상화폐 제도화는 향후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 논의가 본격화되면 금융당국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개입할 시장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련 법이나 제도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을 반대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정부가 보호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앞서 1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암호화폐가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에는 제약이 아주 많다”며 “내재 가치가 없고, 지급 수단으로 쓰이는 데 제약이 크다는 건은 팩트(사실)”라며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정부 여당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가져온다는 게 쉽지가 않다”며 “전 세계적으로 아직 불법이나 탈법 지대에 두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가상화폐 자체를 기존 화폐나 금융 상품처럼 취급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여당, 가상화폐 제도권 도입 법안 발의= 정무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가상화폐 제도화 문제를 다룬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앞서 지난해 6월 정무위 소속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가상화폐 정의를 규정하고 가상화폐 취급업 인가제(자본금 5억 원 이상)를 도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기에 가상화폐 시세 조종·자금세탁 행위 등의 금지, 거래 방식 제한, 가상화폐 이용자에 대한 설명 의무 등의 내용도 담겼다.
박용진 의원안은 발의된 지 1년이 지났으나 아직 정무위 법안소위원회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가상화폐 거래시장 제도화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등 정부가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불어닥친 가상화폐 광풍에 규제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가상화폐 제도화 문제는 향후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성격이 모호한 가상화폐의 개념을 ‘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으로 정립하고 거래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의힘도 가상화폐 투자자를 보호하고 제도를 연구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