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직원처럼 동등한 대우 받게 돼
충북 민영 방송사인 청주방송(CJB)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근무 중인 PD, 작가 등 12명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정부의 판단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고(故) 이재학 PD 사망 사건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은 CJB에 대해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한 실태조사 및 근로감독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고 이 PD는 CJB에서 14년간 프리랜서로 근무하던 중 임금문제로 회사와 갈등을 빚어 2018년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해고가 부당하다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지만 법원 1심에서 패소하면서 작년 2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를 계기로 방송 프로그램 제작 종사자들이 이른바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고용부는 CJB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근무 중인 방송작가(9명), PD(3명), MD(4명), 리포터(2명), DJ(1명), MC(1명), 분장사(1명)에 대해 실태조사를 통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확인했다.
조사 결과 고용부는 프리랜서 총 21명 중 12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우선 방송작가의 경우 9명 중 5명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았는데 이들은 작가 본연의 업무 외에 행사 기획 등 다른 업무를 수행했고, 업무 수행과정에서 CJB 소속 정규직 PD 또는 편성팀장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사용종속 관계가 확인됐다.
나머지 4명은 본인의 재량에 따라 독자적으로 작가 업무를 수행하는 등 사용종속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PD 3명의 경우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촬영 준비부터 영상 편집단계까지 정규직 PD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하는 등 사용종속 관계가 뚜렷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해진 시간에 방송이 송출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광고·예고·속보 등 전반적인 부분을 총괄하는 MD 4명 역시 CJB와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임에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정규직 PD와의 사용종속 관계가 확인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인정했다. 바꿔 말하면 CJB가 파견직인 이들을 불법 사용한 것이다.
다만, 리포터, DJ, MC, 분장사의 경우 방송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본인의 재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고용부는 프리랜서 12명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함에 따라 CJB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에 대해 시정지시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 프리랜서가 방송사 정규직과 같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불법파견이 확인된 MD의 경우 정규직 전환 기회를 얻게 됐다.
고용부는 CJB와 같이 사례가 다른 방송사에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다른 방송사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