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효과'가 거세다. 주춤하던 집값 상승률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만 원, 수억 원씩 오르는 재건축 아파트값 얘기는 이젠 예삿일이 됐다. 재개발ㆍ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했던 오 시장 승리에 따른 기대감이다.
오 시장 본인도 오세훈 효과를 경계하고 있다. 목동과 상계동 등을 집어 취임 일주일 안에 안전진단 절차를 밟겠다던 후보 시절 호기는 사라졌다. 되레 주요 재건축 단지들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도 지금보다 사고팔기 어렵게 하자고 정부에 먼저 제안했다.
오 시장이 호기를 버리고 신중해진 건 바람직한 일이다. 10년 야인이 하는 말과 인구 1000만 대도시를 이끄는 수장이 하는 말이 같을 수 없다. 이제 그는 말 한마디로 서울 집값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지금처럼 오세훈 효과가 힘을 낼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규제 완화를 공약한 시장(市長)이 오히려 거래를 묶어놔도 부동산 시장(市場)은 아직 우호적이다. 외려 재건축에 속도를 내려는 정지(整地) 작업으로 본다. 투기성 자금을 차단해야 이후 정말 없애야 할 규제를 없앨 때 잡음을 줄일 수 있어서다. 온갖 규제에 익숙해지다 보니 재건축 성사를 위해선 토지거래허가제 정도는 감내할 수 있게 됐다.
공인(公人)이 약속을 지키는 데는 적기(適期)가 있다. 부동산처럼 민감한 문제일수록 그렇다. 섣부르게 추진했다간 약속을 지킬 순 있어도 온 시장을 들쑤실 수 있다. 서울시장에게 약속 그 자체보다 중요한 건 시민이 안전하고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집을 늘리는 일이다. 투기 방지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정부에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건의하는 오 시장의 '이중 플레이'가 다행스런 이유다.
내년이면 오 시장은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 혹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놔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한다. 투기 유입 없이 주택 공급 기반만 닦았어도 큰 성과다. 오 시장이 '마지막까지 능숙하게' 이중 플레이를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