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주vs고객, 상장사의 고민

입력 2021-04-19 16:01 수정 2021-04-1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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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 매년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것과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주총을 소집해 찬반 의견을 받는 것 역시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반대하는 일은 할 수 없다. 드라마에서 보면 회사에 중대한 일이 생기면 “긴급 이사회 열어”라며 급박한 모습을 보인다. 이사회 역시 결국은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다.

고객을 상대하는 기업일 경우 고객을 위하다가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령 100만 원짜리 상품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기로 했다면 고객에겐 좋은 일이지만 기업의 이익을 저해할 수준이라면 주주에겐 악재다. 물론 주주의 반발을 불러오는 결정은 애초에 이사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적다.

최근 주주와 고객의 이해가 상충한 일이 발생했다. NH투자증권의 ‘사모펀드 반환’ 문제다. NH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모펀드 투자자에게 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반환해야 하는 금액은 4327억 원으로 2019년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과 비슷한 수준이다. 1년간 번 돈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은 당연히 '100% 보상안'을 수용하라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이 고객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다. NH투자증권은 이사회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주주들은 “주식회사의 최고의 가치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라고 주장한다. 금감원의 100% 보상 권고안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주주와 고객의 이익이 상충하는 지점에 서 있다. 주식회사 이념에 기반하면 NH투자증권은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만약 고객의 이익을 택한다면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적합한 명분을 찾아야 한다. NH투자증권 이사회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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