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소송’ 법원은 왜 다른 결론을 내렸나

입력 2021-04-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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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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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인정했던 1차 소송 판결이 내려진 지 불과 3개월 만에 다른 피해자들은 상반된 결과를 받아들었다. ‘국가면제’(주권면제)의 인정 여부가 재판부의 판단을 갈랐다.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정곤 부장판사)는 “국제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반인권적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손해를 끼쳤을 경우까지도 이에 대해 최종적 수단으로 선택된 민사소송에서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당한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2차 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민성철 부장판사)는 21일 일본에 대한 국가면제가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제 인권법 등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라며 일본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지적하면서도 “현 시점 국제관습법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외국 주권적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법리적으로 ‘피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만큼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의한 프랑스·폴란드·벨기에 등 여러 국가의 피해자가 자국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국가면제가 인정된 사례를 부연했다. 그러면서 2015년 위안부 한일 합의가 여전히 유효한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사실조회 결과 외교부가 밝힌 것처럼 국가면제의 예외를 국제관습법과 달리 어느 정도로 확대할지는 국익에 잠재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으로 해외의 각국도 입법적인 결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법부가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면서 이번 사건의 국가면제 인정 여부는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차 소송의 경우 일본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국가면제를 인정한 사법부의 판단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차 소송의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선고 직후 “황당하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차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들도 일본으로부터 소송 비용을 받아내기 어렵게 됐다. 재판장이 김양호 부장판사로 바뀐 뒤 민사34부는 최근 “일본으로부터 소송비용을 추심할 경우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직권으로 추심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편 일본 정부는 한국 재판부가 위안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는 소식에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면서도 내심 반색하는 분위기다.

NHK방송에 따르면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오전 브리핑에서 손배소 각하 결정에 대해 “1월 8일 있었던 재판과 판결은 다르지만 내용 면에서 정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현시점에서 정부 차원의 코멘트는 삼가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한 외무성 간부는 NHK에 “이번 판결이 일본 정부의 입장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또 다른 외무성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판결이 비정상적이었다”며 “이번엔 지극히 정상적인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주요 언론도 판결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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