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번째 소송 1심 판결과 상반된 결론인 만큼 법원 안팎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민성철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을 말한다.
재판부는 “국내외적으로 기울인 노력과 이로 인한 성과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피해 회복으로서 미흡했을 것으로 보이고, 2015년 12월 한·일 합의도 이들이 지난 시간 겪어야 했던 고통에 비하면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볼 수 없다”며 “안타깝게도 상당수가 세상을 떠났고 남은 분들도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시점 국제관습법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외국 주권적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며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을 갖는지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이와 동일한 효력 갖는 국제관습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외국 주권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은 한국과 일본 정부의 대내외적인 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국가면제'를 일본 정부에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1차 소송과 정반대의 결론인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정곤 부장판사)는 지난 1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제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반인권적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손해를 끼쳤을 경우까지도 이에 대해 최종적 수단으로 선택된 민사소송에서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당한 결과가 도출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장이 김양호 부장판사로 바뀐 같은 재판부는 최근 "일본으로부터 소송비용을 추심할 경우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직권으로 국고의 상대방에 대한 추심 결정을 내렸다.
기존 재판부가 반인도적 범죄에는 국가면제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며 “피해자 1명에게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해 확정된 본안 판결을 뒤집진 못했지만 패소한 일본 정부에 소송 비용 부담을 이유로 추심을 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 그동안 체결된 이른바 한일청구권협정, 위안부 합의 등 각종 조약과 합의, 각국 당국이 이 사건과 관련해서 한 언동에 국제법상의 금반언(이전 언행과 모순되는 행동을 할 수 없다) 원칙을 더해보면 추심결정을 인용하는 것은 비엔나 협약 27조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