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사람들이 ‘정인이 사건’에 분노하며 국회에 해결책을 요구할 때 그 이면을 바라봤다. 김 대표는 정인 양 처럼 심각한 사건에 잘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폭력과 학대에도 같은 비중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10대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훨씬 많다”면서 “정부는 언론에서 큰 사건을 보도하면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해당 문제에만 행정력을 집중하는데 이 때문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이 묻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동학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대중은 안쓰러운 시선을 보내지만 장애아동이 학대를 당하는 사건에는 냉담하다는 것. 김 대표는 사람들 시선에서 온도차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똑같은 아동인데 특수교사가 장애아동을 폭행하는 경우, 교사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냐는 반응도 있다”면서 “장애아동에 대한 다면적인 편견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사회적 약자를 변론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법과 현실의 괴리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사회적 소수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에 가깝다. 사회적 약자들이 실제 삶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이 법 제정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 보니 이런 한계가 발생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한 대형 로펌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김 대표가 느꼈던 것도 법과 현실의 불균형이었다.
김 대표는 “입사했을 때 변호사들이 삶에 짓눌린 피해자들을 보지 못하고 법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면서 “법이 현실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건강한 사회인데 법만 계속 비대해지다 보니 사람들이 오히려 법에 짓눌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피해자의 현실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법정에서 자신의 의안을 직접 빼 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17년 친모의 동거남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한쪽 눈을 실명한 아동을 변호했다. 그는 당시 의안을 빼 보이며 “의안을 바꿔 넣을 때마다 매우 고통스럽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피해 아동을 생각해 가해자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해당 재판을 앞두고 법조인들에게 의안으로 피해 아동이 살아가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아무 생각이 없더라”면서 “단순히 시각장애인이 되는 것을 넘어 외모적 자존감과 의료적 처치의 괴로움 등을 전하고 싶었고 이런 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의안을 빼 보이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자신에게 붙는 ‘정의로운’, ‘약자를 대변하는’ 등의 수식어가 부담스럽다고 고백했다. 그는 “굳이 말하자면 나는 잘 따지는 변호사다. 여러 여건상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힘든 사회적 약자들을 대신해 열심히 따져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