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부터 전국에서 전월세신고제가 본격 시행된다. 시장에선 임대차시장이 투명해지고 임차인의 권익 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임대소득이 낱낱이 드러나고 이런 정보가 과세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표준임대료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지자체에 계약을 신고하는 제도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지방 주요 도시에서 6월부터 시행된다. 보증금 6000만 원을 초과하거나 월세 30만 원을 초과하면 모두 신고 대상이다. 아파트나 다세대 같은 주택은 물론 고시원과 기숙사 등 준주택,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도 포함된다. 전국 주요 도시의 웬만한 임차 거래는 모두 신고 대상에 빈틈없이 포함시킨다는 의지로 보인다.
전월세신고제 시행되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임대차3법의 퍼즐도 완성된다. 임대차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이미 지난해 7월 말부터 시행됐다. 신고제의 경우 시스템 구축 등의 문제로 시행을 1년간 유예했다.
정부가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간 정부는 확정일자 신고를 통해 확보된 임대차 계약 내용만 들여다봤지만 이는 전체 계약의 30% 수준인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신고제 시행으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나머지 70%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신고제를 통해 확보한 계약 기간과 신규·갱신계약 여부, 임대료 증감액 등의 데이터를 국민이 직접 볼 수 있도록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월세 시장의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면서 앞으로 임차인은 적정가격에 계약할 수 있고, 임대인의 탈세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로선 거래구조 파악이 수월해지고 정책 도입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는 음지 거래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기능도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순기능 이면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쟁점은 낱낱이 공개된 임대차 정보가 향후 과세 근거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정부가 당장은 아니라고해도 향후 신고제의 정보를 바탕으로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 징수에 나설 수 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 소득세가 과하다고 여겨지면 이는 임대사업 포기와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임차시장의 80%는 민간이 공급하고 있는 만큼 민간 임대시장의 위축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표준임대료 도입 논란도 재점화 되고 있다. 표준임대료는 지자체별로 지역 물가와 경제 사정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를 고시하는 제도다. 다만 국토부는 전월세신고제 도입이 임대료 규제를 위한 준비 작업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얼마 남지 않은 임기에도 표준임대료를 도입할 가능성을 여전히 크게 본다. 지난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전 장관은 "표준임대료를 도입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임대차 전반에 대한 데이터가 확보돼야 한다"며 "(신고제 시행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그때(6월 이후)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임대차시장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쌓이면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월세신고제는 사실상 표준임대료 도입을 위한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전·월세 시장이 위축돼 매물 잠김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