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지정학적 요인 더 고려 압박 직면
반도체·희토류 등서 자급자족 추구가 역효과 비판도
3개의 R(3R)가 글로벌 공급망의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향후 세계 공급망에서 △ 리쇼어링(본국 회귀·Re-shoring) △ 지역화 (Regionalization) △ 울타리 구축(Ring fencing) 등 세 가지 흐름이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미·중 무역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각국 정부가 리쇼어링을 독려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리쇼어링 경향은 단기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장기에 걸친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화도 향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세계 전역에 퍼져 있던 공급망의 분리·확산이 진행돼 각 지역의 물류 허브가 재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판매 지역 인근에서 물자를 조달·생산·가공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단일 조달처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피하려는 경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역 연구에 강한 홍콩 비영리 연구 단체 하인리히재단의 스티븐 올슨 연구원도 이러한 견해를 지지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무역 흐름과 정책을 변경하라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은) 기존 아시아 거래처 대신 멕시코나 콜롬비아 같은 국가들로부터 조달하는 것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추세인 울타리 구축(Ring fencing)은 특정 물품이나 공급망을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미·중 양쪽과 거래하는 기업이 있다면 미국의 대중국 제재를 피하고자 중국과 거래하는 상품과 미국과 거래하는 상품 사이에 울타리를 쳐서 서로 공급망이 연결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시장용 제품은 중국제 부품을 사용해 중국에서 만든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사내 디커플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처다.
다국적 기업들은 경영에 있어서 효율성보다 지정학적 요인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딘 셈이다.
물론 이러한 정치 주도의 공급망 검토와 관련해서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해 인위적 검토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도체와 희토류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때부터 반도체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막아왔지만, 이는 자국 기업들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중국도 자급자족을 추구하다 보니 지난해 반도체 투자액이 전년보다 5배 급증하는 등 쓸데없는 투자와 사업체 난립이라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희토류의 대중 의존 탈피도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대단한 대책을 강구하더라도 미국의 자주 조달 달성에는 10년이 걸린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