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국내에서 알아주는 자동차전문가 중 한 분을 만났다. 이분께 물어봤다. “수소차예요? 전기차예요?” 이 분의 대답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을 합친 하이브리드였다. 왜 수소차는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전문적인 얘기를 빼고 기자의 뇌리를 스친 것은 수출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 수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30일 국내 수소차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울산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2025년까지 수소차 20만 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수소차 충전소를 450곳에 설치할 계획도 밝혔다. 450곳은 2년 전 발표한 310곳에서 겨우 140곳을 늘린 수준이다. 맞다. 2025년이 돼도 충전소 찾기는 힘들 것이다.
생각해 보면 수소차 수출을 위해서는 해외에도 충전소가 있어야 한다. 아니 많아야 한다. 당분간은 수출은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수소차가 트럭 등에는 맞다고 하는데, 아닌가요?” 그건 맞는데 반만 맞다고 한다. 트럭 등 대형 상용차 시장만 놓고서는 파이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전기차보다 모든 게 비용이 많이 드는데 대형 상용차 시장을 위해서 투자하는 것은 수익성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이 분이 얘기해준 어려운 얘기를 쉽게 하자면 수소차의 시작은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등으로 선진국에 전기가 남아돌자 이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원전을 줄이고 있고 재생에너지는 아직 주요 선진국 대비 꼴찌 수준이다.
그동안 수소차의 문제점을 칼럼을 통해 꾸준히 지적해온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에 따르면 현재 기술로 수소 1톤을 만들면 이산화탄소가 11톤이 나온다. 당황스럽지만 사실이다. 또 메탄(CH4)이 주성분인 천연가스에 전기를 사용해서 수소를 추출하고 이걸로 연료전지를 작동시키는데 발열 손실 60%에 송전 손실 5%가 발생, 원래 에너지의 30~35%만 발전에 이용된다. 천연가스와 전기를 그냥 쓰면 효율이 높다. 지금 배터리 기술의 한계로 수소가 기술적 이득은 있다. 수소는 고압으로 액화하면 자체 에너지의 30~40%가 손실된다. 액화수소의 경우는 저장 과정에서 하루에 1%씩 손실이 생긴다. 현재 배터리보다는 낫지만, 어차피 장기 저장은 어렵다.
그나마 충전시간이 장점인데 우 교수는 그마저도 앞으로 배터리 기술이 더 발전하면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수소충전소 450곳은 어디에 짓느냐도 앞으로 논란이 될 것이다. 언뜻 수소폭탄이 생각날 만큼 수소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안 좋다. 당장 우리 집 근처에 수소충전소를 짓는다면 기자도 반대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시내에 액화석유가스(LPG)나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도 별로 없다.
모르는 사람도 많을 텐데, 2003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미 수소차를 강조한 적이 있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수소차는 쏙 들어갔다. 차기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올지, 국민의힘에서, 아니면 제3지대에서 나올지는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자원외교 같은 꼴이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 교수는 조선시대 기묘사화를 본떠 ‘수소사화’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수소차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