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별 최대 물량 695가구에 불과, 공급시장 영향력 '미미'
'민간정비 활성화' 기대감에 주민 동의 얻기도 쉽지 않을 듯
정부가 7일 발표한 공공재건축(공공 참여형 재건축) 후보지엔 자력 개발이 어려운 소규모 단지들이 이름을 올렸다. '대어(大魚)'는 없었다.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주민 갈등으로 수십년 간 사업이 지연된 200~300가구 수준의 단지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총 2232가구를 공급할 이번 공공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公共)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민간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 가능성에 공공재건축 사업의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공공재건축 후보지는 모두 5곳이다. 지난해 진행한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공모에 참여해 사전컨설팅 결과를 회신한 7곳 중 사업성 개선 효과가 있고, 주민 동의를 최소 10% 이상 확보한 5곳만 추렸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13구역을 비롯해 △중랑구 망우1 △관악구 미성건영아파트 △용산구 강변강서아파트 △광진구 중곡아파트가 주인공이다. 이들 지역에선 공공재건축을 통해 모두 2232가구가 공급될 전망이다.
영등포구 신길13구역(1만5120㎡)은 신길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에 있는 역세권 알짜 구역이다. 2007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했다. 정부는 이 구역이 역세권 입지인 점을 고려해 현행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種)상향해 용적률을 현행 대비 255%포인트(P) 높일 계획이다. 민간 재건축으로 진행할 때보다 130%P 높은 수치다. 용적률이 높아지면서 가구 수는 현재보다 2배 수준(233가구→461가구)으로 늘어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길13구역에서 현재 대표 평형(전용면적 60㎡)을 소유한 조합원이 전용 84㎡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민간 재건축 시행 때보다 분담금이 8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랑구 망우1구역(2만5106㎡)은 2012년 조합을 설립했지만 조합장 해임과 구역 해제 등 각종 분쟁으로 사업이 멈춰선 곳이다. 관악구 미성건영아파트(511가구)는 정비구역 토지가 비정형적이고 인근 교육시설로 높이마저 제한돼 자력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공공재건축을 통해 695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지 5곳 중 최대 물량이다. 국토부는 부지를 정형화할 수 있도록 일부 필지 편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용산구 강변강서아파트(213가구)와 광진구 중곡아파트(276가구)도 사업이 중단됐던 곳이다. 1971년에 지어진 강변강서아파트는 용적률이 297%에 달한다.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 1993년 조합을 설립하고도 30년 가까이 사업이 정체됐다. 중곡아파트 역시 구청에 사업 포기 의사까지 표명했던 곳이다. 이들 단지에선 각각 268가구, 370가구가 공급된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공공재건축 후보지에 정부의 지원을 집중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공공재건축을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에 응한 단지가 7곳에 불과했던 게 이를 잘 반영한다. 후보지로 선정된 곳들도 주민 동의 확보 등 만만찮은 절차가 많이 남아 있다.
서울 주택 공급시장에 사실상 영향력이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은 점도 한계점이다. 이날 나온 구역별 최대 공급 물량은 695가구에 불과하다.
공급 확대의 키 역할을 할 강남권 대단지들은 공공재건축 사업에 냉랭하다. 공공의 개입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큰 데다 LH 땅 투기 사태로 불신이 더 높아진 탓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시 주택 정책을 이끌 서울시 새 수장이 민간 재건축ㆍ재개발 시장 규제 완화를 시사한 데다 공공재건축의 인센티브(용적률 상향ㆍ기부채납 완화 등)도 만족스럽지 않아 얼마나 추진력을 갖고 진행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