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MVNO)의 인기가 3월에도 계속됐다. 5G 상용화 이후 스마트폰 2년 약정이 만료되는 이달 ‘자유의 몸’이 된 가입자들이 알뜰폰으로 대거 흡수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6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해 3월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한 건수는 총 16만4375건을 기록했다. 이통 3사로부터 가입자를 뺏어온 순증 규모는 6만1106건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통신 3사의 번호 이동은 순감했다. SK텔레콤은 2만6325건, KT는 1만6907건, LG유플러스는 1만7874건씩 가입자를 내줬다.
통상 12월 수능 이후 입학식이 있는 3월까지 최신 스마트폰의 교체 수요가 높다. 이 때문에 이 시기에는 알뜰폰 시장도 주춤하곤 했다. 지난해만 해도 3월 알뜰폰 번호 이동은 4925명 순감했다.
올해 1월 말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S21이 출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뜰폰의 인기는 더 주목할 만하다. 갤럭시 S21 조기 출시로 시장에서는 고공행진하던 알뜰폰의 인기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동시에 이동통신(MNO) 사업자들의 잇따른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도 알뜰폰 인기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했다.
이 같은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알뜰폰 업계는 배경을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첫 번째는 자급제 폰의 인기다. 자급제 폰 인기는 반대로 MNO의 요금 할인과 마케팅 공세가 통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단속 강화로 불법 보조금 과열 양상도 예년 대비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전 방통위가 시장 정화 차원에서 불법 보조금 단속을 강화하면서 자급제 구매 수요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를 겨냥한 알뜰폰 업계의 전략이 통했다는 점이다. 기존에 중장년층 이상을 타겟으로 했던 알뜰폰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MZ 세대 공략을 강화했다. 유심 셀프 개통에 거부감이 덜한 MZ 세대를 공략해 편의점 등 유통 채널을 다변화한 게 대표적이다.
SK텔링크 관계자는 “현재 전체 가입자의 80%가 LTE 후불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다”며 “최근 MZ 세대의 유입이 눈에 띈다”고 했다.
이 같은 알뜰폰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달은 5G가 상용화했을 때 처음 가입한 사람들의 약정 만기가 돌아오는 달이다. 2019년 4월에만 5G 요금제에 가입한 가입자는 27만1686명이다. 지금은 5G 스마트폰을 자급제로 사면 LTE 요금제를 쓸 수 있지만, 2019년 8월까진 5G 단말기에서는 5G 요금제만 가입할 수 있었다. 당시 대부분이 2년 약정으로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20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이번 달에 이통 3사의 5G 요금제 외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약정이 끝난 가입자가 5G 요금제를 계속 쓸 수도, MNO 사업자의 LTE 요금제를 쓸 수도 있지만 가성비를 따진다면 알뜰폰의 LTE 요금제가 가장 눈에 들어올 만 하다. 예컨대 SK텔링크의 3만3000원 LTE 요금제(월11GB+일2GB)는 이통사의 6만 원대 LTE 요금제와 구성이 비슷하다. 이통사의 선택약정할인(25%)을 받는다고 해도 가격 경쟁력은 훨씬 높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5G 요금제 수요도 흡수하기 위해 이달부터 중저가 5G 요금제를 대거 내놓을 예정이다. 과기정통부의 ‘알뜰폰 사업자 5G 활성화 지원 방안’에 따라 월 4950~3만3000원의 데이터 소량 구간 요금제와 월 2만8443~4만4000원에 데이터 9~3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량 구간 요금제가 출시된다. 5G 요금제 2년 약정이 만료되는 소비자 중 5G를 계속 쓰고 싶을 경우 알뜰폰 요금제도 선택지에 추가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