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예정지역에 대한 땅투기 논란으로 국내 정치지형이 격변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사정이야 어떠했든 당시 김영란법에 의해 충분히 준법을 강제할 유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다시 국회에서 이해충돌 방지법을 만들어 시행하겠다는 얘기를 듣는 국민들이 국회, 나아가 우리 정치에 대해 갖는 불신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공직에 있다 사회로 나와 느끼는 점은 공직, 특히 우리 정치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내부자와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기업은 1류, 정치는 3류’라는 것이다. 정의에 대한 기본 관념 없는 패거리 정치, 자신의 이득을 위해 자리가 주는 특권을 이용해 온 정치 행태들이 이런 평가를 부른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정의롭고 공정한’ 정부를 기대하고 표를 몰아주었던 20~30대들이 요즘 돌아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내집 마련에 좌절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주택임대차 3법으로 전세난까지 가져온 이면에 공직자들이 사전에 취득한 정보로 특혜를 취한 데 대한 불만은 이 생에 대한 포기와 특혜 공직자에 대한 배신감으로 표출되고 있다. 7일 있을 서울·부산시장 선거 후보들 간의 토론에서 정책공약과 실행 방안에 대한 평가는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주요 후보들의 부동산 취득 및 보상에 특혜가 있었느냐, 호화 아파트에 사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시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공정하며, 지위를 이용한 특혜와 불법적 이득을 취하는 데 국민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경제학에 도덕적 위해(moral hazard)라는 개념이 있다. 원래 개념은 당사자 간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 즉 한 당사자가 상대방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상황에서 계약이 이루어질 때 도덕적 위해의 유인이 발생하고 결국은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험시장에서 보험금을 탈 가능성이 낮은 건강한 사람보다는 건강이 안 좋아 보험금을 탈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보험에 가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을 믿고 건강에 주의를 덜 기울이는 도덕적 위해가 발생하게 된다.
LH 임직원과 지방자치단체 의원의 토지 구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일반인, 심지어 원토지 소유자들도 모르는 개발 정보를 가진 정보 우위 상황에서 투자하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보 열위자인 일반 국민들의 손해를 담보로 이들이 이득을 취하는 특혜를 누렸다는 비난이다. 정보 비대칭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로 금융이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일찌감치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하여 엄격하게 직원들의 이해관계 충돌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 놓았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은 약 70%가 부동산, 나머지가 예금, 주식 등 금융자산이다. 미국은 반대로 부동산 비중이 약 20%, 일본은 미국과 우리의 중간쯤 된다. 금융자산의 비중이 큰 미국의 경우 내부자정보(insider information)를 이용한 이득 탈취행위에 대해 중벌을 가하고 있고, 우리의 경우도 내부에 준법감시기구(compliance officer)를 운영하는 한편, 사생활 침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직원들의 이해관계 충돌 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이상 공직에서 취득한 정보를 활용한 특혜와 투기로 우리 사회의 정의가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국회가 자신들을 위한 방탄·책임회피 공간으로 ‘3류’ 평가를 받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