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반도체가 '그린 뉴딜'의 차세대 핵심 부품으로 지목되며 정부가 관련 산업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해당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SK실트론 역시 우호적인 시장 환경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인수 1년 차 소폭의 적자가 발생했지만, 시장이 초입 단계인 만큼 연구ㆍ개발(R&D)을 통한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4일 SK실트론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는 신사업인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Silicon Carbide Wafer, 이하 SiC) 부문에서 95억 원의 매출과 332억 원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이 났지만, 이는 시장 점유율 늘리기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전력 반도체 시장이 이제 막 개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기반을 다져야 하는 시점이라는 뜻이다.
SK실트론은 전력 반도체 웨이퍼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2019년 9월 미국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부를 약 5400억 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2월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약 1년간 SiC 웨이퍼 상용화를 위한 R&D와 생산시설 고도화가 이뤄졌다. SK실트론 관계자는 "기존 실리콘 웨이퍼 사업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회사의 미래 동력인 SiC 부문에 전폭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SiC는 기존 웨이퍼 소재인 실리콘(Si)과 비교해 전력 효율과 내구성이 뛰어난 3대 신소재(실리콘카바이드, 질화갈륨, 갈륨옥사이드) 중 하나다. 이러한 신소재 웨이퍼로 만든 전력반도체가 차세대 전력 반도체다.
해당 제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많은 양의 전력을 소화할 수 있으면서도, 무게는 가벼워져야 한다'라는 전기차 산업의 숙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를 인식하고 최근 전력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섰다. 1일 열린 '제7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는 AI, 5G 등 신기술 구현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 성장 분야 활성화를 위한 핵심 부품"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선 정부가 3대 신소재 기반 차세대 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에 올해 1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현재 전력 반도체 웨이퍼 시장에서 SK실트론은 미국 크리, II-VI(투식스)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크리와 투식스가 각각 40%, 35% 등으로 과점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회사 측은 올해부터 신규 수주가 본격화하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해당 업체들의 경우 웨이퍼를 만들면서 동시에 전력 반도체를 생산하는 사업 구조인데, SK실트론의 경우 웨이퍼만 만들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큰 손'인 인피니온,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의 고객사와 더욱 돈독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내세워 많은 팹리스업체들을 고객으로 유치했듯, SK실트론도 비슷한 전략으로 수주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