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공개된 여론조사까지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지키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사전투표를 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정치적 발언이 일체 없었음에도 존재감을 발휘하자 여권에서는 견제구가 쏟아졌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제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취재진이 쏟아내는 질문에 그는 “아버지께서 기력이 예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는 짧은 답만 남겼다.
윤 전 총장 측은 정치행위를 자제한다는 입장을 냈고 실제로 아무 발언도 없었지만, 사전투표 일정이 전날 미리 언론을 통해 공개돼 주목을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정치 행보’로 읽힌다. 본인이 굳이 발언을 내놓지 않아도 사전투표장 앞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지지자들 사이를 지나는 모습만으로 결과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서다.
지난 2월 총장 사임으로 독보적 1위 지지율을 보이다 이후 잠행으로 조정되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취임 후 최저인 32%에 그쳤고,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는 윤 전 총장이 여권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같이 23%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에 여권은 견제구를 날렸다.
먼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민심이 워낙 출렁거려 어떻게 변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가) 안정적, 지속적이라고 말하기는 아직 좀 이르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야당 입장에서도 꼭 편한 선택은 아닐 것”이라며 “자기네 후보가 있지 않다는 것, 소속이 불분명한 분의 인기도가 갑작스럽게 생긴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MBC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에 “정치적 행동을 시작했다. 일정을 기자들에게 알린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동”이라고 규정하며 “검찰 내부에서도 이 부분과 관련해 비판의 소리가 있었다. 공직자가 정치를 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동안 행동을 했었느냐에 대한 비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을 통한 국민 검증은 피하면서 언론을 자기 홍보의 수단으로만 쓰는 건 얄팍한 방식”이라며 “정말 정치에 뜻이 있고 대통령의 꿈을 갖고 있다면 라커룸에서 몸만 풀지 마시고 검증의 링 위로 올라오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