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 불투명에 선거 변수까지 겹쳐
서울시장 선거 변수까지 겹쳐 사업 추진 동력 상실 가능성↑
정부가 2‧4 공급 대책의 핵심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1차 후보지 21곳을 발표했지만 정작 사업 전망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이번 1차 후보지는 지자체가 우선 접수한 지역으로 앞으로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후보 지역별로 사업 추진에 대한 온도 차가 심한 편이고,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로 아예 공공 주도 개발을 못 믿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 주민 의견을 통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31일 발표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1차 후보지역 내 민심은 크게 엇갈렸다.
역세권 개발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K공인중개 관계자는 “이 주변은 소방도로도 없을 정도로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노후도도 높은 곳”이라며 “공공이든 뭐든 개발을 진행한다고 하면 찬성하는 주민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곳은 김포공항 주변 고도지구로 지정돼 고밀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노후도는 74% 수준이다.
반면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개발사업은 무조건 반대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영등포구 신길4구역 주민 A씨는 사업 찬반 의견을 묻는 질문에 “공공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했다. 신길동 H공인중개 관계자는 “신길4구역이 후보지에 들어갔다는 것도 처음 듣는 얘기고 황당하다”며 “동네 사람들은 ‘공공’자 들어간 건 무조건 안 한다는 입장이다. LH도 마음에 안 든다. 그 이상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신길4구역은 2014년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된 뒤 노후화가 계속 진행된 곳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곳의 노후도는 94.9%에 달한다. 주거 정비사업이 필요하지만, 공공 주도 사업에 대한 반감이 거세 주민 동의를 얻기 쉽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사업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은 정부와 지자체가 우선 대상 지역을 결정한 뒤 주민 사업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LH는 최근 직원 땅 투기 사태로 도심 공공주택 정비사업을 주도할 추진력을 이미 상실했다는 평가가 많다.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큰 만큼 민간 재개발 사업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후보지 주민들 입장에선 민간 재개발 사업성이 높다면 굳이 공공 주도 개발사업을 택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앞으로 사업 진행의 관건은 LH 등 공공이 신뢰성 문제 등을 극복하고 후보지역 내 주민 동의를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