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부터 치료제와 백신, 유통까지 코로나19 관련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등 사업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역량을 집중한다. 스카이셀플루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세포배양 독감 백신이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1000억 원 규모다. 회사는 스카이셀플루를 대신할 국내 다른 제조사나 수입사의 독감 백신을 도입해 판매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으며,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은 기술이전 방식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 공급 요청이 높아지는 상황이라 생산라인을 늘려서 더 많은 백신을 생산하고자 이같이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백신 대신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하면서 올해 실적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의 수익성이 독감 백신보다 낮지 않다. 수익성이 더 좋을지는 추후 여러 상황을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 무료 접종인 독감 4가 백신 가격은 지난해 기준 1도즈(1회 접종분)당 1만~1만5000원 수준인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도즈당 4달러지만 노바백스 백신은 도스당 16~22달러(1만8000~2만5000원)로 독감 백신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셀트리온은 올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개발명 CT-P59, 성분명 레그단비맙·Regdanvimab)’ 출시로 바이오 신약을 처음 선보였다. 렉키로나는 임상 2상 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건부 사용 허가를 받아 57개 의료기관, 817명의 환자에게 투약됐다.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품목허가 전 사용권고 의견을 받으면서 수출 길이 열렸다. 렉키로나는 국내 공급 시에는 원가로 제공하지만, 수출 시 제 값을 받고 판매할 예정인 만큼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명선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라이릴리의 항체치료제가 1바이알당 1250달러임을 고려하면 렉키로나 공급 가격을 1000달러로 가정 시 매출은 최소 1조5000억 원, 영업이익률은 50% 내외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렉키로나 10만 명분 생산을 마쳤고, 올해 국가별 사용승인 및 수요에 따라 150만~300만 명분을 추가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추진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 외에 백신 개발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난달 정기 주총에서 공식 은퇴한 서정진 전 회장은 “백신 기술주권에 문제가 생기면 백신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연매출 1조를 돌파한 씨젠은 이후 확보한 고객을 대상으로 분자진단 시약을 공급해 향후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씨젠의 지난해 진단기기 연간 판매 대수는 약 1600대로, 이는 지난 10년간 누적 판매 물량에 달한다.
이 같은 수요에 힘입어 씨젠은 2025년까지 전 세계 분자진단 검사 생활화를 목표로 하는 중장기 사업 비전을 내놨다. 코로나19 이후 씨젠의 검사 장비를 갖춘 글로벌 고객이 많아지면서 코로나19 진단 제품 외에도 씨젠이 보유한 다수의 신드로믹 진단 시약의 글로벌 진출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천종윤 대표이사는 지난달 29일 정기 주총에서 “전 세계 분자진단 생활 검사화를 위해 하나의 검사 장비만 있으면 씨젠만의 압도적인 동시다중 기술 기반 진단 시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검사 시스템을 원(one) 플랫폼화할 것이다. 원 플랫폼 검사 시스템을 갖추면 이후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해도 씨젠의 진단 시약을 이용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분자진단의 대중화”라고 말했다.
이밖에 경남제약은 코로나19 백신 유통 기회를 노리고 백신 콜드체인 전문업체 한울티엘과 손잡고 백신 운송사업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국내에 도입될 코로나19 백신 유통이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등에 돌아가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