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업체 GS리테일에서 '성과급 논란'이 빚어졌다.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직원에겐 '격려금'을 지급해 놓고 오너를 포함한 경영진은 지난해 수억 원의 '성과급'을 챙겼다는 게 논란의 요지다.
GS리테일의 한 직원은 회사 내부 게시판에 "저희(일반 직원)와 (지급) 기준이 다르겠지만 상대적 박탈감 어쩔 것이냐"라며 "성과급 해명해달라"는 글을 남겼고 이 글은 내부에서 일파만파 퍼졌다.
얼핏 SK하이닉스발(發) '성과급 논란'이 유통업계까지 번진 것으로 보였지만, 취재해 보니 실상은 조금 달랐다. 문제 확산의 원인은 성과급(혹은 격려금) 액수나 지급 여부보단 경영진의 '언어 감수성 부족' 때문인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는 없었다. 지난해(2020년) 경영진이 받아간 성과급은 2019년 성과를 기반으로 한다. 실제로 2019년 GS리테일 편의점 사업부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늘었다. 또한, 경영진과 일반 직원의 고과 산정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수긍이 간다.
아쉬운 대목은 격려금에 대한 '언어적 설명'이다. 조윤성 사장은 "영업이익이 성과급 지급 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추정돼 성과에 따른 성과급은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CEO(오너)께서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하며 내년을 도약하는 의미로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황이 어려웠지만 회사가 (시혜를?) 베풀었다"는 뉘앙스로 들리는 건 이 분의 전력 때문일까. 조 사장은 지난해 말 "재택(근무)이나 따지는 나약한 구성원은 GS25를 파멸시킬 것"이라는 발언이 유출돼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시에도 조 사장은 "현장을 돌면서 임원들이 직접 챙기라는 취지에서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가 조직 구성원으로 진입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고객보다 더 소통하기 어려운 것이 젊은 조직원이라고 한다. 조직의 리더는 성인지ㆍ젠더ㆍ인권ㆍ공정성은 물론 언어까지 모든 부분에 대한 감수성을 갖춰야 할 판이다.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어쩌랴, 이들이 회사의 미래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