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는 곧 유권자다. 개인투자자를 의식한 정치권의 ‘눈치 보기’가 과도한 수준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당장 증시가 불안정하니 개인투자자를 위해 연기금 운용 정책을 재점검하라고 요구했다. 전 국민의 노후자금을 합리적인 원칙이 아닌 선거를 위한 단순 선심성 공약 아래 휘둘린 셈이다. 선거철을 앞두고 표심을 잡으려는 정치인들이 시장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 과거 공매도 연장 논의도 같은 연장선에 있었다.
외부 압력에 따라 국민연금의 운용 독립성이 흔들린다면 더 큰 문제다. 2000년 초반, 주식시장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증시 활성화 방안으로 연기금 활용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연기금은 자체 운용 계획, 증시 상황보다 정부 의지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됐다. 이 같은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정치권 역시 연기금을 주인 없는 돈으로 인식했다. 기준 없는 운용은 곧 손실로 이어졌다. 손실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연금 가입자가 떠안아야 했다.
만약 국민연금이 자산 재조정을 고려한다면, 정치권·이익단체 입김이 아닌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합리적 의사결정이어야 한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장기적인 운용 관점에 따라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면, 시장참여자들은 어떻게 해석할까? 어떤 이유를 붙이더라도 외부 개입에 따른 독립성 침해로 귀결될 것이다. 어떠한 이익 단체, 정책 당국자라도 연기금의 주식투자 결정 관련해선 책임을 지지 않는다.
연기금은 과거 부족했던 운용 시스템을 넘어 발전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전 국민의 노후 자금이 증시 부양을 위해 휘둘린다면, 20년 전 주먹구구식 과거로 후퇴할 뿐이다.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정부 개입이 아니라 원칙과 기준으로 정립된다. 국민연금은 2200만 명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곳이다. 이는 주식투자자가 아닌 사람들의 몫도 포함되어 있다. 국민연금에 대해선 고갈 시기 걱정만으로 충분하다. 정치권 입김까지 더해진 코미디를 보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