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또 내곡동이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첫 토론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공방이 주를 이뤘다. 공약과 정책에 관해선 두 후보가 서로 허점을 지적하며 논쟁을 이어갔다.
두 후보는 29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먼저 박 후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답변서를 받았다며 오 후보 가족이 내곡동 땅으로 받은 보상이 기존에 알려진 36억 5000만 원 외에 추가로 있다며 "단독주택용지를 특별분양 공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오 후보는 "모른다"며 "장인, 장모가 받았는데 제가 어떻게 알겠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거짓말, 말 바꾸기가 세 번째"라며 "주택 보금자리 단지 안에 단독주택용지를 특별분양 받았다"고 비판했다.
토지 측량 현장에 오 후보 존재 여부를 놓고도 두 후보가 공방을 이어갔다. 박 후보가 "측량 현장에 갔냐"고 묻자 오 후보는 "안 갔다"며 "기억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가 "증인이 3명"이라고 지적하자 오 후보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며 "세 명만, 없는 호랑이를 봐도 우기면 호랑이가 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오 후보는 박 후보와 민주당이 거짓말로 몰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의혹은) 거짓말을 하면서 민주당이 시작했다"며 "결국 입증을 못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난데없이 시장 취임 전에 측량하는 곳에 갔느냐로 거짓말을 자꾸 몰아간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후보는 "내곡동 땅 의혹의 핵심은 거짓말을 했냐 안 했냐"라며 "측량 장소에 갔냐 안 갔느냐다"라고 반박했다.
팽팽한 두 후보의 논쟁에 전임 정부까지 등장했다.
박 후보는 주도권 토론 과정에서 오 후보가 내곡동 땅 투기를 두고 "주택국장 전결이기 때문에 나는 몰랐다"고 반박한 것을 지적했다. 국장 전결은 업무를 국장이 최종적으로 확인해서 결재한다는 말이다. 오 후보가 시장일 때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박 후보는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으시냐"며 SBS가 이날 보도한 기사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김효수 당시 주택국장은 "자신의 전결이 맞다"고 SBS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이어 "오 후보는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당시 실무자 박 모 사무관은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사업이라 시장에게 구두 보고도 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는 "이 건과 관련해서 한 번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아마 지금 보고 있는 서울시 직원들이 웃을 것"이라며 "매번 그렇게 말을 바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하고 어쩜 그리 똑같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서류를 들며 "노무현 정부 때 중앙도시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곡동 땅의 그린벨트 해제가 노 전 대통령 임기 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는 해당 서류가 최종 결재가 아니라며 "환경부가 반대해서 이 일은 성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송파구 그린벨트 해제하는 건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후보는 "그것도 국장 전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시장을 엉터리로 한 거냐"고 지적했다.
두 후보는 서로의 공약이 지닌 허점을 지적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안심소득 공약을 거론하며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안심소득을 시민들에게 200가구를 선정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선정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오 후보는 "골고루 한다"고 답했고 박 후보는 "서울 시내에 몇 가구가 있냐"고 되받아쳤다. 이에 오 후보는 "베를린은 그보다 적다"며 "120가구를 정해서 한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재차 "베를린은 인구가 적다"며 "우리는 인구가 1000만 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이라며 "베를린은 인구가 서울하고 비교가 안 되게 적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는 "베를린에서 100명을 하면 우리는 1000명을 하면 되냐"며 "베를린은 기본소득 실험이고 저희는 안심소득"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성공했다고 치면 다음에 어떻게 할 생각이냐"며 "기존에 쓰는 복지 금액을 이 사람 줬던 걸 여기다 뻈어서 이쪽에 집어넣겠다는 거냐"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박 후보의 1인당 10만 원의 재난지원금 공약을 비롯해 여러 공약 이행에 재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1인당 10만 원씩, 그럼 1조가 든다"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거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는 "서울시에는 결산잉여금이 있다"며 "1조 3500억 원 정도 자금이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화폐로 지급할 생각"이라며 "여기에 서울시가 재정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오 후보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재원 대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후보의 다른 공약들을 거론하며 "올해 1년 동안 들어갈 게 15조 원 정도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5년으로 준비했다"며 "5년에 4조 원 정도 현재 예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대표적인 걸 10개 이하로 뽑은 거"라며 "1년에 1조 밑으로 들어간다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말씀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두 후보는 이날 토론에 이어 30일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개최하는 '2021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다. 해당 자리에선 마무리하지 못한 내곡동 의혹 관련 내용과 각 후보의 공약 등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날 토론엔 과거 바른미래당을 법적으로 승계한 이수봉 민생당 후보까지 초청돼 3자 대결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