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도주 우려가 없어 구속이나 출금 조치 안해"…피해자들 분통
"처음 5년간은 진짜 착실했어요. 물건을 주문하면 문제없이 배송도 되고. 저도 처음에 6만원 짜리 제품 구매를 신청했는데, 매입에 실패했다면서 12만 원, 그러니까 2배를 돌려주더라고요. 그랬는데 글쎄..."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먹튀 사태로 'A' 공동구매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 피해자는 500여명에 이르며, 총 피해액도 1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급 제품은 밥솥, 냉장고, 의류관리기 등 가전제품부터 상품권, 금괴까지 다양했다.
해당 커뮤니티의 피해자라고 밝힌 B 씨는 24일 이투데이에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집단 고소에 나섰다"며 "고소에 참여한 피해자는 22명으로, 이들이 입은 피해액만 22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전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B 씨에 따르면 A 커뮤니티 피해자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는데, 지금까지 가입한 인원만 500여 명에 달한다. 여기서 자체 조사한 피해액이 130억 원이 넘는다.
A 커뮤니티는 2017년부터 운영됐다. 처음에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분유나 기저귀 등을 시중가보다 절반 가까이 싸게 판매했다. 이후 가구나 소형 가전제품으로 품목을 확대하다 최근에는 상품권과 금괴까지 판매했다.
초기에는 물건을 정상적으로 배송했으나 고가의 물건을 판매한 이후부터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판매자 측은 금괴의 경우, 배송기간이 7~8개월 걸린다고 알렸는데, 작년 4월에 구입했다면 연말부터는 배송이 돼야 한다. 하지만 이 기간이 훌쩍 지나도록 배송이 되지 않자 구매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피해자 B 씨는 "시중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어 자주 이용했다"면서 "의료관리기기를 구매했는데 임직원가보다 싼데도 정품이 도착해 신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C 씨는 "지난 5년간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며 "물건이 싸고 좋아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추천했는데 피해를 입어 면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A 커뮤니티 대표는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문을 통해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든 변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차례차례 배상이 이뤄질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변제하겠다면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피해자들과는 직접 소통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며 "돈을 주지 않기 위해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다"고 반박했다.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건 경찰의 반응이다. 경찰 측은 A 커뮤니티 운영자(판매자)가 경찰 전화는 잘 받고 있다며 도주 우려가 없어 구속이나 출금 조치 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기가 아니라 투자일 수도 있다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주부들의 알뜰한 소비 심리를 이용한 공동구매 사기가 늘고 있다며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한 후 이용하고, 거액의 구매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