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연합(EU)의 4대 통상정책 키워드로 △지속가능 무역 △디지털 주권 △공정경쟁 환경 조성 △무역 상대국 다각화 등이 꼽힌다. 우리 기업과 정부, 지원기관이 입법 동향을 철저히 관찰해야 한다는 제언이 뒤따라 나왔다.
2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폰데어라이엔 집행부 출범 2년 차, 2021년 EU의 주요 통상 키워드는?’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EU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12월 출범한 폰데어라이언 EU 집행부는 중국에 치우친 공급망 문제 해결을 시급한 과제로 선정했다. 무역통상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EU 회원국이 각각의 이익과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통상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EU는 '탄소누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역외국에 관세 등의 추가적인 부담을 지울 수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탄소누출은 한 국가의 강화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비규제 국가의 오염물질 증가를 초래하는 현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2분기 안에 공식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U는 '공급망 실사 제도'도 도입해 기업의 전 공급망 내에서 환경, 인권 분야의 준수의무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기본적인 노동 조건과 지역 주민의 권리 보장,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보존 등을 살펴볼 전망이다.
또한, 미국의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과세기준을 기업의 디지털 사업장에까지 확장하는 '디지털세'의 적용을 더욱 확대하고 EU의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각종 입법안도 제출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EU는 '디지털 서비스 법안(DSA)'과 '디지털 시장법안(DMA)'의 초안을 발표했는데, 이를 통해 거대 플랫폼 기업에 맞서 그들을 직접 제재하는 능동적 방식으로 규제 범위를 확장했다.
EU 집행위는 역외국의 불공정 행위 억제, 자국 산업 보호, 무역협정 상대국의 협정 이행 강화를 위해 통상집행담당관 직제를 신설했고 역외 보조금 규제 대상 확대, 외국인 직접투자 심사제도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무역협정 상대국을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넓혀 공급망을 다각화하고자 하며, 이들 국가와의 협정을 통해 환경, 노동, 인권 등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 달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규섭 무역협회 연구원은 “EU의 신 통상정책은 환경ㆍ인권 보호 등 보편적 가치의 수호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것이 EU의 일방적인 보호무역 조치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라면서 “향후 업계와 정부는 EU의 정책과 제도변화가 우리 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자세히 검토하고 필요하면 정부 간 양자채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협의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