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 고립 심화…말레이 주재 대사관 직원 전원 철수

입력 2021-03-21 16:26 수정 2021-03-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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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단교 선언…말레이시아 "48시간 이내 출국" 응수
북 대사 대리 "맹목적 미국 지지로 양국 관계 근간 무너뜨려"
북한 사업가 미국 송환에 양국관계 틀어져

▲김유성(가운데)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 대리가 21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북한대사관 앞에서 출국 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연합뉴스
▲김유성(가운데)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 대리가 21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북한대사관 앞에서 출국 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연합뉴스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단교하면서 결국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21일 모두 철수했다. 북한은 40년 넘게 우방이었던 말레이시아를 완전히 잃게 됐다.

현지매체 더스타에 따르면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서부 부킷 다만사라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에서 총 33명의 북한인이 대형버스를 타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했다. 북한이 19일 말레이시아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국 내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과 직원, 그리고 가족들을 대상으로 48시간 이내 국외 퇴거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사관에는 아침부터 직원 등을 태우기 위한 대형버스가 마련됐다. 버스에 탑승하기 전 김유성 북한 대사 대리는 대사관 앞에 모인 취재진에 모습을 보이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맹목적으로 미국을 지지하면서 무고한 우리 국민을 미국으로 인도해 양국 관계의 근간을 모조리 무너뜨렸다”며 “이번 사건은 미국의 극악무도한 정책에 따른 반북한 음모의 소산으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일이 가져올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레이시아는 1973년 북한과의 외교 관계 수립 이후 계속해서 북한의 우방국으로 분류돼왔다. 하지만 2017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살해된 이후 양국관계가 틀어졌고, 이후 계속해서 소원한 상태가 이어져 왔다. 양국은 그동안 대사를 서로 보내지 않는 대신 대사 대리를 주재시켰다.

그러다가 말레이시아 법원이 최근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을 자금세탁 및 유엔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미국에 송환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 문철명은 북한 정권을 대신해 싱가포르에서 거래가 금지된 사치품을 북한으로 보냈으며 유령회사를 통해 돈세탁하는 등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 그는 2008년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건너갔으며 지난해 체포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문철명은 형사재판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인도된 첫 북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자국민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한 것을 두고 “적대 행위”라 비난하면서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도 퇴거 명령과 함께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이번 단교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더 심화하게 됐다. 북한은 유엔 결의안을 무시하고 2017년 6번째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멕시코와 스페인, 쿠웨이트 등에서 대사가 추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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