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일본 법원 "동성결혼 금지는 위헌"…우리나라는?

입력 2021-03-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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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동성 간의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삿포로 지방법원은 동성 커플 세 쌍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 판결에서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규정은 법 아래 평등하다고 규정한 헌법 14조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즉, 동성결혼 금지의 위헌성을 인정한 것이다.

▲일본 삿포로지법이 17일 '동성결혼 불허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놓은 가운데 동성결혼 법제화 지지자들이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삿포로지법이 17일 '동성결혼 불허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놓은 가운데 동성결혼 법제화 지지자들이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EPA/연합뉴스)

삿포로 지법 "성적 지향, 스스로의 의사와는 관계 없어"

법원은 "성적 지향은 스스로의 의사와 관계없이 결정되는 개인의 성질로, 성별, 인종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결혼에는 가족이나 신분 관계를 규정하는 법적 효과가 있지만 이러한 절차를 동성 커플에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법 아래 평등을 보장한 헌법 14조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동성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일본 국내에서 확산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에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규정이 위헌이라는 것을 "국회가 즉시 인식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국가에 대한 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법원의 판단은 합법화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세계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지 않은 나라다.

▲교황청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동성결혼을 ‘죄악’으로 규정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교황청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동성결혼을 ‘죄악’으로 규정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동성혼 인정 국가 29곳 달하지만…교황청 "동성혼은 죄악"

현재까지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국가는 모두 29곳에 달한다. 2001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스위스에서는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이 가결된 바 있다. 세계 29개 국가 가운데 16곳이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고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다음으로 많았다. 아시아에서는 현재까지 대만이 유일하고 아프리카에서도 남아공만이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국가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교황청에서는 15일 동성 결합을 인정하거나 옹호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교황청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동성결혼을 ‘죄악’으로 규정했다. 교황청 최고 교리 기구인 신앙교리성(CDF)은 성명을 통해 "동성 간 결합에 대한 축복은 (교회법상)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며 "죄를 축복할 수 없는 만큼 동성 간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동성 간 결합에 찬성하는 일부 사제·교구로부터 제기된 ‘가톨릭 사제들이 동성 결합을 축복할 수 있는지’에 답변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동성결혼은 불법이 아니지만, 법제화는 돼 있지 않다. 사진은 2019년 6월 서울 중구 명동·을지로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우리나라에서의 동성결혼은 불법이 아니지만, 법제화는 돼 있지 않다. 사진은 2019년 6월 서울 중구 명동·을지로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우리나라 동성혼, 불법도 합법도 아냐…법원 "동성혼 불허"

우리나라에서의 동성결혼은 불법이 아니지만, 법제화는 돼 있지 않다. 즉, 법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미 법원은 2016년 열린 국내 첫 동성혼 재판에서 동성 간의 결혼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서울서부지법 이태종 법원장은 영화감독 김조광수(51) 씨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32) 씨가 동성인 이들의 혼인신고서를 서대문구가 불수리 처분을 한 데 대해 낸 불복 소송에서 각하 결정했다.

이 법원장은 "혼인·출산·자녀 양육의 과정으로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 만들어지고 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하는 토대가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성 간의 결합이 남녀 간의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성혼 합법화 관련 움직임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 2014년 19대 국회에서는 진선미 당시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이 특정인 1명과 동거하며 부양하고 협조하는 관계를 맺고 있는 성인을 생활동반자로 규정하고, 배우자에 준하는 대우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지만, 국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다만 생활동반자법은 배우자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는 것일 뿐 동성혼 자체를 합법화하는 내용은 아니어서 한계가 존재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가족정책기본법'의 경우, 본래 가족의 개념을 확대해 차별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로 발의됐으나 '동성혼'을 가족의 범주에 넣을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종교계 등의 반발을 낳았다. 이에 대해 남인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은 '동성혼’ 인정이 아니고 가족, 교육, 상담 등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 법률"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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