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거리로 나가 민주주의를 되찾을 것" 미얀마 민주화 시위 상황 살펴보니

입력 2021-03-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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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거리로 나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되찾지 못할 거예요. 여보 미안해요."

▲11일 양곤에서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은 칫 민 뚜의 가족들이 세 손가락을 들고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1일 양곤에서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은 칫 민 뚜의 가족들이 세 손가락을 들고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로 25살인 칫 민 뚜가 11일 미얀마 군사정권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하기 전 아내에게 한 마지막 말이었다. 재활용품을 수집하던 그는 이날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민주화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가 진압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칫 민 뚜에게는 아내와 배 속에 있는 아기, 그리고 세 살배기 아이가 있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미얀마 군부가 연일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에 맞서 유혈진압에 나선 가운데, 희생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톰 앤드루스 UN(유엔) 미얀마 특별 보고관은 11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쿠데타 발생 이후 최소 70명이 살해됐으며 2000명 이상이 불법적으로 구금됐다고 전했다. 살해된 사람의 절반 이상은 25세 이하였다고도 덧붙였다.

▲12일 미얀마 양곤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2일 미얀마 양곤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민주화 시위의 발단, 군부의 쿠데타…"군부 권한 축소하는 개헌 추진"

미얀마 민주화 시위의 발단은 군부의 쿠데타였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는데도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지난해 11월 미얀마 총선에서는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선출직 의원의 83.2%를 석권했다. 이에 군부가 끊임없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총선이 투명하게 치러진 적법한 선거였다고 판단하자 쿠데타를 감행한 것이다. 군부는 부정선거 근거로 수지 고문이 이끄는 행정부와 여당이 로힝야족에 대한 투표권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800만 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군부가 쿠데타에 나선 이유는 아웅산 수치 정부와 여당이 군부의 막강한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2008년 군부 정권에 의해 제정된 헌법은 내무·국방·국경경비 등 3개 치안 관련 부처의 수장을 군부가 맡도록 해 선거를 통해 출범한 정부를 견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현행 헌법은 상·하원 의석의 25%를 사전에 군부에 할당해 75% 이상의 찬성표를 넘겨야 하는 개헌작업이 군부의 동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후 군부는 의회 개원 연기, 선거관리위원회 해산, 군 감독하에 선거 부정 재조사 등 최소 3가지 요구 조건을 수용하라고 정부에 최후 통첩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1일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고문 등을 체포해 구금하고 앞으로 1년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해 국가를 통치하겠다고 밝혔다.

▲미안먀 군부의 쿠데타에 반발해 미얀마 곳곳에서는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다발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AP/연합뉴스)
▲미안먀 군부의 쿠데타에 반발해 미얀마 곳곳에서는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다발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AP/연합뉴스)

군부, 민주화 시위 무력 진압…"쿠데타 이후 최소 70명 사망"

한편, 미안먀 군부의 쿠데타에 반발해 미얀마 곳곳에서는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다발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쿠데타 발발 이틀째인 지난달 2일,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에서는 차량 경적, 냄비 두드리기 등 쿠데타에 대한 항의 시위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4일엔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발발 이후 처음으로 거리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이후 22일 미얀마 주요 도시에선 ‘22222(2021년 2월 22일) 총파업’이 열려 수백만 명의 미얀마인이 거리로 나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에 항의하는 자국민을 겨냥해 본격적인 유혈 진압에 나섰다. 먀 뚜웨 뚜웨 카인(20)은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지난달 9일 쿠데타 규탄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졌고, 결국 열흘 뒤 숨졌다. 이후 20일에는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과 고무탄 등을 무차별적으로 쏴 10대 소년을 포함해 최소 2명이 숨지고 30명가량이 다쳤다.

'피의 일요일'이라 불리는 지난달 28일엔 전국에서 펼쳐진 시위에서 미얀마 군경의 무력사용으로 시위자 가운데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 이들 사상자는 미얀마 군경이 양곤, 다웨이, 만달레이, 바고 등지에서 군중에 실탄을 발사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군부의 무차별적인 진압에 대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강력히 규탄했지만, 군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1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여성, 청년, 아이들을 포함한 평화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군부는 다음날인 11일 강경 진압을 강행했고 이날 최소 7명이 또다시 군경의 총격에 숨졌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20대 여성 카인의 장례식이 열린 지난달 21일 양곤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 (EPA/연합뉴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20대 여성 카인의 장례식이 열린 지난달 21일 양곤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 (EPA/연합뉴스)

무력진압에도 시민들은 거리로…"민주주의 승리" 외쳐

군부의 무력진압에도 시민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시위대는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NLD를 상징하는 빨간색 머리띠와 깃발을 흔들며 "군부독재 패배", "민주주의 승리" 등의 구호를 외친다.

'세 손가락 경례'도 미얀마 민주화 시위대의 상징이 됐다. 본래 '세 손가락 경례'는 지난해 태국의 반(反) 정부 시위를 통해 저항의 상징으로 유명해진 제스처다. 지난달 26일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는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는 용납될 수 없고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고 말하며 '세 손가락 경례'를 하기도 했다. 다음날 군부는 '고국을 배신했다'며 유엔 대사직에서 해임했으나, 그는 물러서지 않고 해임 결정에 저항하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 시위는 스마트폰이 중심이 되는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페이스북·트위터·틱톡 등 SNS를 통해 시위 상황을 현지 언론보다도 더 빠르게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도 블루투스를 이용해 100m 이내 다른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스마트폰 앱 '브리지파이(Bridgefy)'는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1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이 앱은 2019년 홍콩에서 있었던 대규모 시위 당시 시위대가 사용했던 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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