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위기감…박원순 성추행 피해자가 전면에 나선 이유

입력 2021-03-17 16:25 수정 2021-03-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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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의미있는 치유의 시작"…'피해호소인' 2차 가해 사과 없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피해자가 직접 참석해 사건과 관련해 발언할 예정이지만 언론 노출은 동의하지 않았다.  (뉴시스)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피해자가 직접 참석해 사건과 관련해 발언할 예정이지만 언론 노출은 동의하지 않았다. (뉴시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이후 피해자인 A 씨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피해자의 입장문을 대독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이번에는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지금이 아니라면 말할 기회가 없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게 깔려있다.

A 씨는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ㆍ한국여성의전화 등 자신을 지원해온 단체들이 주최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곱씹어 볼 대목은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다. 피해자와 지원단체는 지금이야말로 '말할 시점'인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 피해자가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A 씨 측은 선거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겪은 일이 오독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선거전이 본격화하고 주요 후보가 여성에 관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원인으로 이뤄지는 보궐선거의 이유는 잊히고 있다. 피해자는 말할 기회를 잃고 일방적으로 듣기만 할 만큼 균형을 잃었다. 피해자가 직접 등장한 결정적인 배경이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은 "언론이 서울시장 후보들의 말을 보도하는 것은 실로 대단한 발언권"이라며 "잘나서, 옳은 말만 해서 발언권을 얻은 것 아니다"고 꼬집었다. 현재 시점에서 정당만 선거를 강행하는 사람들, 후보들만 말할 수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피해자 역시 '말하기'에 의의를 강조하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2차 피해가 지속하는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 아니라면 말할 기회가 없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보였다. 그는 "말하기는 의미 있는 치유의 시작"이라며 "제 존엄의 회복을 위해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명확한 피해 사실과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피해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혜진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이 피해자 신체 일부를 만지는 행동, 사진 등을 보내는 행위를 성희롱이라고 명확히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 발송 등 모두 조사과정에서 사실로 확인됐고, 피해자가 주장한 사실 중 인정받지 못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판단이 일방의 주장이 아닌 증거를 토대로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A 씨는 "서울북부지검 수사 결과와 서울중앙지법 판결을 통해 피해의 실체를 인정받았다"며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A 씨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2차 가해를 했지만 시장 후보까지 내면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피해를 왜곡시킨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되면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도 나타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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