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대표이기도 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제안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국민의힘은 심드렁한 반응이다. 입당하랄 때는 극구 거부해왔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이 돼 국민의당 당원 동지들의 뜻을 얻어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행 중인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서 자신이 패하더라도 합당은 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안 대표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밀리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위기감을 느낀 탓이다. 전날 공개된 문화일보 의뢰 리얼미터(13~14일 유권자 103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와 15일 공개된 아주경제·미래한국연구소 의뢰 PNR리서치 여론조사(14일 유권자 817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P) 모두에서 오·안 후보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3자 가상대결 시 오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로 인해 자신감이 붙은 오 후보가 안 후보 탓에 야권이 분열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보수 표심이 더욱 오 후보로 쏠리는 추세를 막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탐탁지 않은 분위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부산 국제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입당하랄 때는 국민의힘 기호로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한 사람인데 갑자기 합당을 말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가 안 후보에 제안한 ‘선(先) 입당 후(後) 합당’에 대해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며 입당부터 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로 이달 초만 해도 국민의당 핵심관계자는 본지와 만나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 패배로 서울에 조직이 부실해 굳이 입당이나 합당을 할 필요성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같은 야권의 자중지란에 박 후보가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는 10년 동안 매번 합당하고, 탈당했다. 과연 정치인으로서 서울시민에 뭘 남기는지 모르겠다”며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분들이 서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