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록적인 한파로 가동을 멈춘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의 셧다운 여파가 장기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이후 한 달 가까이 멈춰있다. 오스틴 공장이 가동을 멈춘 것은 1998년 공장 설립 이후 처음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의 완전 정상 가동에는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일주일 정도 예상했던 셧다운이 길어지면서 피해 규모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스틴 기온은 평년 수준까지 회복됐고, 전력도 대부분 복구됐지만, 아직 전력량이 부족해 순환 단전이 이뤄지고 있다. 수도관 동파와 수압 저하 등으로 물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 재개 시기는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비메모리 생산량 가운데 오스틴 공장의 비중은 약 24%로 추산된다. 주요 양산 품목은 SoC(시스템온칩)와 RF(무선주파수), DDI(구동칩), PMIC(전력관리반도체), 전장 반도체 등이다.
업계는 오스틴 공장이 5월 정상 가동을 해도 매출액 기준 수천억 원 이상의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오스틴 공장의 실적은 매출액 3조9000억 원, 당기순이익 9000억 원 수준이었다.
오스틴 공장의 지난해 일평균 매출이 107억 원 규모였던 점을 고려하면, 가동이 중단된 지 한 달로 이미 30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은 “오스틴 공장의 월 생산량은 10만 장(100K) 수준으로 파악되고, 이번 가동 중단에 따른 웨이퍼 손실은 4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수백 단계를 거치는 미세 공정 특성상 잠시라도 가동을 멈추면 생산 과정에 있던 제품들은 대부분 폐기하고 다시 생산해야 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된 직후 직원 60여 명과 협력업체 직원 240명 등 300여 명의 엔지니어를 파견해 시설 유지와 조기 복구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정상가동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을 재가동하려면 온도와 습도 등 세부 사항을 다시 검토해 생산조건을 맞춰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이 나올 수 있다”라며 “마치 새로 시작하는 것과 같다. 기계별 조건을 다시 세팅해야 해서 완전 가동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텍사스 주 오스틴 지역방송 ‘KXAN’은 “삼성전자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오스틴 공장의 전원이 복구됐고 가능한 한 빨리 운영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가동 중단으로 인해 삼성 등 일부 업체가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생산 차질이 길어질수록 손실은 더 커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2007년 기흥사업장에서 4시간 정전이 발생했을 당시 400억 원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 2018년 평택사업장에서 30분 미만의 정전 때도 500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봤다. 30분도 채 안 됐지만, 분당 10억 원이 넘는 피해 금액이 발생했다. 2019년 화성사업장 정전 때도 수십억 원 규모의 피해를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삼성전자는 20조 원 안팎의 증설투자안을 놓고 텍사스 지방정부에 세금감면 혜택 협상과 관련한 수정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추가 반도체 공장 건설과 관련해 오스틴, 애리조나주, 뉴욕주 등 미국 현지를 비롯해 한국, 중국 등 다양한 지역과 협상 중으로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