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나비효과’ 대만 56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글로벌 반도체 품귀 심화 우려

입력 2021-03-11 15:37 수정 2021-03-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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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반도체 공장, 물 사용 줄이라는 지시 받아
“5월 말까지 가뭄 해소 못하면 생산 심각한 차질”
TSMC, 하루 물 사용량 15만6000톤

설상가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發) 수요 예측 실패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핵심 공급기지인 대만이 때아닌 복병을 만났다. 56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물 공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생산의 심장부가 물 부족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뭄으로 식수 공급조차 어려워지자 대만 정부가 주요 제조업체의 물 소비를 제한하면서다. 2월 말 타오위안과 타이중, 신주, 먀오리에 있는 공장들은 물 소비를 11% 줄이라는 정부 지침을 받았다. 1월 7% 감소에서 상황이 더 악화한 것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 공장이 있는 타이난시도 2월 25일부터 물 사용을 7% 줄이라고 지시했다.

물 사용 제한은 반도체 생산에 치명적이다. TSMC는 생산 공정에 하루 15만6000톤의 물이 필요하다. 대만 주요 산업단지 전체 물 사용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용수는 반도체 생산라인과 공정에 매우 중요하다. 품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지금 상황을 관리하고 있지만 5월 말까지 가뭄이 해소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업체들은 비상 플랜 가동에 들어갔다. 대만 2위 파운드리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2월 말부터 물탱크 업체들과 용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타이중에 생산시설 대부분이 윈본드와 애플, 테슬라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AU옵트로닉스도 상황 악화에 대비해 용수 비축 조치에 돌입했다. TSMC도 용수 부족 사태에 대비해 물탱크 업체 등과 장기 계약을 맺었다.

TSMC는 2019년 전체 용수의 86.7%에 해당하는 1억3360만 톤을 재사용했다. 그러나 올해는 가뭄으로 재사용도 한계에 달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기지가 이처럼 비상에 걸린 것은 대만이 56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다. 대만은 매년 평균 최소 세 번의 태풍이 상륙한다. 그러나 지난해 모든 태풍이 대만을 비켜 가면서 물 고갈을 부추겼다. 대만 수자원청(WRA)에 따르면 현재 저수지의 평균 수위가 1년 전 대비 1000mm 낮은 상태다. 신주 사이언스 파크의 저수지 두 곳 저장량은 지난달 24일 각각 최대 저장량의 25.6%, 14.7%로 나타났다. 타이난 사이언스 파크의 저수지 저장량도 예년의 15%에 불과했다.

데이터 공개 사이트 타이완스태츠는 WRA의 자료를 인용, 이들 저수지가 강수 없이 공급할 수 있는 물의 양은 30~60일 정도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첨단 반도체 공급국인 대만의 가뭄 위기에 글로벌 반도체 공급도 더 악화할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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