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은행이 발간하고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향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국내경제 회복세가 완만하고,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반면,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 자산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금융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성장세 회복을 지원키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할 수 있지만,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해소키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절실한 상황에 끼어있는 셈이다.
주요 고려사항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국내외 전개 상황 △대외여건 불확실성 요인 변화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금융불균형 위험 누적 우려를 꼽았다.
우선,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보급과 관련해서는 금년 중 충분한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생산규모가 주요 8개사 기준 세계인구 대비 0.5~0.9배(2회 접종 기준)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다, 설령 백신 물량이 충분하더라도 접종 거부 등 수용도가 낮을 경우 집단면역 달성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변이 바이러스 전파속도가 빨라지거나, 기존 백신 효능이 크지 않을 경우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국내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될 것으로 봤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민간소비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신 접종 시작, 정부 재난지원 강화는 상방리스크로 꼽았다.
미국 의회의 블루웨이브(민주당이 다수당 차지), 주요국의 추가적인 재정지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EU) 탈퇴) 이행협상 타결 등 주요국 정치와 경제적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국가간 경기개선세 차이가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기대 변화, 백신 보급 및 코로나19 추이 등에 따라 자산가격 조정 등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주택가격 등 자산시장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도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택 매매 및 전세 거래관련 자금수요가 확대되고, 주식투자 자금 수요 등이 가세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도 꾸준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